taste
일과 일상에서 발견하는 태도와 선택에 대하여

복장과 공간
복장과 공간은 나의 일에 대한 태도이자 자부심을 지켜주는 장치다.
재택근무가 만연하다. 리모트워크 환경에서는 대충 입고, 정리되지 않은 책상위에 대충 맥북을 열어서 업무를 봐도 업무 그 자체에는 별 지장이 없다. 내가 잠옷을 입든 잘 차려 입든 회사 입장에서는 결과물만 가져온다면 큰 상관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잘 차려 입고, 잘 정리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사무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업무에 더 깊게 집중하게 만들고 장기적인 나의 태도도 지켜주는 장치이다. 나를 가꾸고, 나를 관리하는 ‘셀프케어’이다.
이는 마치 배우가 연극을 위해 의상을 입는 것과 같다. 의상 자체가 연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의상을 통해 배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잘 차려 입은 나는 더 깊고 명철한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정돈된 책상은 정돈된 사고를 부르기 마련이다.
어느 제품이든 다 관점이 있다.
어느 제품이든 다 제마다 관점(point of view)이 존재한다. 결국 사람들은 그 관점에 동의하는가, 혹은 공감하는가를 두고 구매를 결정하고, 그 제품을 파는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한다. 그것이 브랜딩이고, 브랜드의 역할이다. 심지어는 관점이 없는 것조차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역시 태도이자 관점이니까.
뻔한 예시일 수 있겠지만, 애플의 제품에는 “meticulous craft”라는 관점이 보인다. 겉 뿐만 아니라 속 안에까지 치밀하게 설계하고 디자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와 비교해 HP나 Lenovo의 제품을 뜯어보면 작동만 되게끔 하드웨어를 연결해놨다. 이 역시도 관점이다. 비용과 효율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일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제품을 구매할 때 기능만 사는 것이 아니라 메이커의 관점을 산다고 볼 수 있다.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성능 좋은 전자제품을 사는 것 이상으로 디테일을 중시하는 관점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는 제품 디자인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에는 우리의 관점이 스며든다. 문서 하나, 이메일 한 통,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는 우리의 관점이 깃들어 있다. 의식하지 않든 말이다. 그리고 결국 이것은 감각으로 이어진다.
Taste
“He’s got good taste.”
한국말로 감각 좋다, 감이 좋다, 센스가 있다 정도로 번역되는 표현이다. 직역을 해도 의미 전달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맛이 좋다’는 취향이 좋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Taste는 나의 관점, 생각, 취향 등이 남들의 관점, 생각, 취향과 맞닿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요새 일에서든 일상에서든 Taste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Taste는 한국어로 하면 안목, 감각인데, 무슨 일이든 감도가 높아야 관심이 가고, 흥미가 생기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taste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어느 분야든 산출물(artifact)을 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같은 일을 하지만 어떤 사람의 artifact(산출물)는 훌륭하고, 어떤 사람의 artifact는 그저 그렇다(bland). 결국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어떠한 감각 같은 것이 작용하여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Taste는 선택이다. Taste가 좋다는 것은 특정 산출물의 형태와 전달방식, 시각적 요소 등에 있어 갈림길에 놓였을 때, ‘그렇게도 가능하겠지만, 이게 좋다’고 말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좋은 taste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취향과 맛에 대한 감각은 타고나는 것은 사실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누구든 지나온 경험과 환경을 통해 감각을 기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경험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taste는 의식적인 훈련의 결과물이다. 좋은 것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사유와 남들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되어 간다.
좋은 taste를 가진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이다. 어떤 분야에 대해 열의 없는 사람이 그 분야에 있어 좋은 taste를 가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