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rium의 실패 이야기

트위치(Twitch) 창업자 저스틴 칸(Justin Kan)이 최근에 자신의 스타트업 에이트리움(Atrium)의 실패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Atrium의 실패 이야기

아마존에 $970M을 받고 트위치(Twitch)를 매각한 저스틴 칸(Justin Kan)이 최근에 자신의 스타트업 에이트리움(Atrium)의 실패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Atrium 창업팀

에이트리움은 실리콘밸리 최대의 유망주였다. 비효율적이고, 비용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법률 서비스 산업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혁신하겠다는 에이트리움은 안드리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등으로부터 $75M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창업팀은 무려 트위치를 창업한 저스틴 칸이 이끌었다. 그들이 법률 서비스 시장을 개혁하는 일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이트리움은 그렇지 못했다. 2020년 3월, 저스틴 칸은 트위터를 통해 에이트리움의 사업을 종료하고 투자자들에게 남은 돈을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성공담을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성공담이 실리콘밸리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러나 화려한 실리콘밸리 뒷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실패가 깔려있다. 우리는 그런 실패담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저스틴 칸에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세상에 이야기하는 것에는 큰 용기와 겸손함이 따르니까. 자신의 실패를 직접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과 약점을 세상에 날것으로 드러내는 일이니까.

우리 회사(Hyperinbox)도 에이트리움의 고객이었다. 에이트리움의 법률서비스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오피스에 방문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저스틴이 에이트리움 사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움이 컸다. 우리 같은 극초기 스타트업에 법률자문료는 너무, 너무 비싼 지출이었으니까. 에이트리움은 확실한 니즈를 가진 회사였다.

성공 신화도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주지만, 실패담 역시 성공담 못지않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그리고 성공담처럼 실패담도 나의 동기를 깊게 자극한다.

저스틴의 비디오, 블로그 포스트, 그리고 트위터에 가면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아래는 내가 그의 에이트리움 실패담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한 takeaway들이다:

1. 때론,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에이트리움은 열 장 짜리 슬라이드 자료만 갖고 100억($10M) 짜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팀과 최고의 투자자들, 그리고 수많은 초기 고객들은 모두 에이트리움의 아이디어에 열광하고 믿었지만, 아이디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2. 에이트리움은 자존심 때문에 만들어졌다.

트위치를 매각한 저스틴은 “큰 생각”을 하는 것에 집착했다. 수천억, 수조 원 대의 기업을 만드는 것, 세상을 바꾸는 일. 너무 큰 생각을 한 나머지 정작 에이트리움을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한 일인지 되돌아보지 못했다.

3. 불명확한 미션, 그리고 섣부른 고용

지속가능한 기업을 세운 다음 미션을 세우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 시장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에이트리움은 너무 빠른 채용을 감행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제대로 된 문화가 정착할 수가 없었다.

4. 제품보다 성장을 우선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대목이다. 에이트리움의 아이디어는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창업 팀도 훌륭했다. 좋은 투자자들 덕분에 초반부터 빠르게 스케일할 수 있는 자본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핵심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비스(=제품)가 부재했다.

에이트리움은 매우 빠른 시간안에 수많은 고객을 확보했지만, 상당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취소하고 말았다.

“진짜 기술 스타트업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 Justin Kan

영업과 마케팅을 핵심 차별화로 가져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품이 대안보다 더 낫지 않으면 의미가 떨어진다. 고객들은 (영업과 마케팅을 통해) 발을 들이지만 제품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면 다시 나간다. 에이트리움에서 일어난 일이다. 에이트리움은 수많은 신규 고객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데려왔지만, 금세 빠져나갔다.

저스틴은 무려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5.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에이트리움의 핵심 고객인지 변호사들인지, 클라이언트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에이트리움은 모두에게 전부가 되려는 실수를 저질렀다.

트위치를 운영할 당시 저스틴은 처음부터 핵심 고객은 스트리머들이라고 정의했다. 트위치에서 하는 모든 일은 방청객보다는 스트리머들을 우선했다. 방청객은 플랫폼을 소비하려고 트위치에 오는 것이 아니라스트리머의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트위치에 온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핵심 고객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고 아마존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결과가 있기 전에 핵심 고객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업해보기 전까지는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힘들다.

6. 극단적인 리더십

저스틴의 당시 리더십 스타일은 매우 극단적이었다. 구성원들을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 그리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했다. 그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구성원을 더 깊게 이해하려는 empathy를 가졌다면 적어도 팀의 사기를 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7. 진정한 내재적 동기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

#2와 연결된다. 에이트리움을 만드는 일과 저스틴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저스틴이 이 사실을 깨닫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스틴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CEO의 직무에 이런 일들이 포함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저스틴이 그렇다고 해서 법률 시장이나 리걸테크 시장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이유가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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