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제품을 만들거나, 팔거나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다. 제품을 만드는 일, 그리고 제품을 파는 일.

초기에는 제품을 만들거나, 팔거나

초기 스타트업에서 파운더가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를 챙겨야 하니, 손발이 두 개씩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당장 회사의 생존과 제품의 런칭이 묶여 있으니 제품을 런칭하는 것이 할 일이 되는데, 몇 달에서 어쩌면 1년이 넘게 걸릴 때도 있겠다. 언더아머에 MyFitnessPal을 약 $475m에 매각한 Mike Lee는 창업했을 당시 수만 가지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고, 1년에 그중에 3개를 처리하면, '정말 잘 보낸 1년이었다."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파운더가 해야 할 수많은 일을 놓고 받는 스트레스는 큰 편이다.

우리 회사도 빠르게 시장에 런칭하기 위해 제품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해야 할 일은 정말 많고, 시간은 부족하니 점점 더 깨닫게 된 게 “‘아주 중요한 일’ 1~2개에 내 모든 시간과 집중을 100% 할애하는 것이 오히려 수십 개의 할 일을 계속해서 온고잉으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라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다. 제품을 만드는 일, 그리고 제품을 파는 일.

이 두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파운더는 스스로 다음 두 가지 포지션 중 하나를 택해서 일하면 된다. Head of Product, Head of Sales. 제품 총 책임자로서 파운더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하고, 영업 총 책임자로서 파운더는 제품을 원할 시장을 찾아내는 일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참 많은데, 이를테면 행사를 간다거나, 모임을 간다거나와 같은 일들이다. 물론 이런 행사나 모임들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행사에 갔다가 우리 제품이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특히 초기에는 제품을 만들거나 제품을 파는 것 외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센드버드 (Sendbird)의 김동신 대표가 EO와의 인터뷰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나눴는데, YCombinator에서 후배 파운더들이 비자 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자 김동신 대표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는데, YCombinator 관계자가 김동신 대표에게 “너 지금 이거 하고 있을 때야? 사업해야 하지 않아?”라고 물었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사업을 하는 것이다. 다른 일은 부수적이다. 사업을 하는 것은 고객을 만나고, 고객이 써 줄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사용자와 “제대로” 만나고 소통하려면 이 것들외 다른 일에 투자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회사의 장기적 생존에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최근 First Principle을 적용해서 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해야 하거나, 어떤 지출을 해야 할 때,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 기준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사람은 상황에 이끌리는 경우도 잦고, 귀찮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이런 rule of thumb을 가진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Pixelic First Principle
Will this action move the needle to build a better product or sell it?
Will this transaction move the needle to build a better product or sell it?

우리 회사와 같은 초기 스타트업 시기가 바로 폴 그래햄이 얘기했던 “doing things that don’t scale”을 100% 실천할 수 있는 시기이고, 또 그래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고, 또 최대한 더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알리고 파는 데 써야 한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 잠재 고객 및 사용자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고,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 제품에 들어갈 요소들을 계획하고, 점검하고, 다시 사용자들에게 가서 의견을 묻는다.
  •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
  • 제품이 소프트웨어라면 UI 역시 디자인하고, 개발한다.
  •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알리고 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 마찬가지로 잠재 고객 및 사용자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고,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세일즈와 마케팅을 한다.
  • 가격 전략을 제품이 나오기 전에 만든다.
  • 제품을 알리고 파는 과정을 기록한다.

고객과 만나는 것은 곧 제품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일, 제품에 들어갈 기능을 결정하고 형태를 수정하는 일, 그리고 제품을 파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