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ly Work

모든 위대한 일은 허접스럽게 시작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그것을 감수하고 "push through" 해야 합니다.

Early Work

Note: 이 글은 먼저 제 뉴스레터인 Craft Memo에 먼저 게시되었습니다.

Early Work

위 링크는 YC 창립자 폴 그래햄의 (PG) 최근 에세이입니다. PG는 에세이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위대한 일을 하려다가 허접스러운 일을 하게 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걱정은 전혀 몰상식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창피스러운 것은 지극히 인간이 본능적으로 피하려 하는 감정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모든 위대한 일은 허접스럽게 시작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그것을 감수하고 "push through"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위대한 일은 처음에는 상식적일 수가 없습니다. 상식은 모두가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위대할 수가 없어요. 이상하고, 위험천만하고,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쩌면 거만한 생각만이 위대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폴 그래햄은 "허접스러운 것을 만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위대한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나 해주는데요, 우리가 그냥 기준을 낮춰버리면 된다는 겁니다. 허접한 일을 했으니 허접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니까요.

우리가 위대한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큰 요인이 있습니다. 위대한 일을 하려 할 때 주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우리가 실패하길 바랍니다. 생존 본능에 따라서 말이죠. 당신이 위대한 일을 해서 성공을 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보다 한 층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됩니다.

실리콘 밸리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실리콘 밸리 안에서는 누군가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주위 사람들 (투자자, 동업자 등) 역시 덕을 보는 구조적 연결성이 (skin in the game) 있죠.

이처럼 주위 사람들은 당신이 실패하길 바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누가 봐도 허접스러운 것을 계속 이어가는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보다 더 큰 요인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내적으로 세워둔 결과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기에, 처음 내놓는 초기 결과물(early work)은 제 성에 찰 수가 없습니다 [1]. 이 딜레마를 우리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위대한 수학자인 G.H. Hardy는 그의 저서 A Mathematician's Apology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Good work is not done by "humble" men. It is one of the first duties of a professor, for example, in any subject, to exaggerate a little both the importance of his subject and his importance in it.” — G.H. Hardy

“'겸손'한 사람들은 위대한 일을 도모할 수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교수가 연구에 앞서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자신의 연구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자신이 해야만 하는지 포장하는 일이다.”
— G.H. Hardy

Hardy가 제안한 것처럼, 우리는 조금 거만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결과물이 허접하더라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앞서서 언급한 실패하기를 바라는 "주위 사람들", 이 사람들이 실패를 바라지 않고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심리적 영향을 덜 받습니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을 잘 구성하는 것도 이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주위를 "새끼 오리 떼에서 새끼 백조"를 구분해낼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야 합니다. 위대한 창업자들이 다른 위대한 창업자들과 가깝게 지내는 이유, 폴 그래햄이 본문에서 제시하는 대학 연구실과 연구소들이 효율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창업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창업하는 것은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것만큼이나 계속 불씨를 끄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정신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고학력자일수록 창업하기 어렵다는 말이 이 사실에서부터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기준은 높아지기 마련이니, 주위 사람들의 기준 역시 높아지기 마련이니 허접스러운 초기 결과물을 견디기가 어려워서일까요.

모든 초기 결과물은 허접합니다. 창업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견디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결과에서부터 선형적으로 (retrospectively in linear patterns) 위대한 성공을 분석하면, 상식적이고, 논리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현실 (real-time)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허접하고, 어디에다가 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답이 영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을 견디기 위해서는 기준을 허접스러운 Version 1에 맞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footnote.

[1]. 물론 허접한 초기 결과물이 제 성에 안 차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계속해서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동기를 유발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