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만, 빠른 스타트업에 대하여

100m 달리기 선수들은 출발하는 순간부터 최고 스피드에 도달하고, 나머지 레이스는 그저 속력을 줄여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승패는 누가 가장 적게 속력을 줄이는가에 달렸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이상하지만, 빠른 스타트업에 대하여
Editor's note: Y Combinator의 폴 그래햄(Paul Graham)이 YC의 공동창업자이자 그의 아내인 Jessica Livingston의 첫 책 Founders at Work를 위해 쓴 서문을 번역했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들은 출발하는 순간부터 최고 스피드에 도달하고, 나머지 레이스는 그저 속력을 줄여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승패는 누가 가장 적게 속력을 줄이는가에 달렸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가장 초기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이 가장 생산적이다. 가장 초기에 가장 큰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 애플의 전 직원이 스티브 잡스나 스티브 와즈니악인 시절을 생각해보라.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 사람은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대해 굉장히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드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미지는 (혹은, 스톡 사진을 검색해보면)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컨퍼런스룸에 둘러앉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책 두께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읽는 모습일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이것의 정반대다. 그렇지만 아마도 우리 경제에서 가장 생산적인 부분은 스타트업이 차지할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일반 원리가 있다고 본다. 퍼포먼스 (생산)에 에너지를 쓰지 못하면 못 할수록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보여지는 것에 더욱더 투자한다.

있어 보이려고 들이는 노력은 되려 퍼포먼스를 망가뜨린다.

몇 년 전 어느 한 자동차 잡지에서 정차 상태에서 쿼터마일(약 0.4km)을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든 적이 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있어 보이기 위해, 그리고 빨라 보이기 위해 붙인 부품들을 전부 제거한 것이다.

사업 역시 자동차와 같다. “생산적으로 보이기 위해” 낭비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면 수트를 입는 것이 그렇다. 수트를 입는다고 생각이 더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다. 확신하건대 대기업에 있는 대부분 임원조차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샤워한 다음, 커피를 만들어 마실 때 가장 생산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 영감을 얻기 마련이다.

그런 생산적인 생각을 주말 아침 집에서가 아니라 평일 사무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적어도 서비스 장애가 있어 해결하지 않는 시간만큼은) 남들이 주말 아침에 할 수 있는 깊은 생각을 평소에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보여지는 "생산성"의 갭은 다른 많은 부분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이해하는 것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 스타트업(Viaweb)에 외부 방문자들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그들에게 "프로페셔널"해 보이려고 노력했던 적이 생각난다. 사무실을 청소하고, 더 좋은 옷을 입고, 업무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옷 잘 입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벽 두 시에 지저분한 사무실에 대충 옷을 입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나도 샤워 타월만 입은 채로 코딩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외부인 중에 그런 (스타트업의) 모습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투자자들도 이해 못 한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생산성"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우리도 일반적인 통념의 영향을 받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성공했지만, 임포스터(imposter) 같음을 느꼈다.

대충 샤워 타월만 걸치고 새벽 두 시에 어질러진 사무실에서 코딩하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는 포뮬러 1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자동차처럼 보이지 않고, 빨라 보이지 않기에 "우리가 너무 순진한가?" 싶었던 것 같다. 적어도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은 포뮬러 1처럼 경주용 고성능 자동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그런 차에 엄청나게 큰 림(rim)이나 트렁크에 붙은 짝퉁 스포일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안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스타트업이 포뮬러 1처럼 할 수 있는 이유는 덩치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구성원이 3~4명일 때 나온다. 그런 성장은 보잉(Boeing)이나 필립모리스(Phillip Morris)처럼 수천, 수만 명이 다니는 회사에서는 볼 수 없다.

스타트업의 '첫 1년'에 그런 폭발적인 성장이 나온다. 그것이 진짜 생산성이고, 포뮬러 1 레이스카다. 이상하게 생겼지만, 빠르다.

큰 회사들이 스타트업의 모든 것을 따라 할 수는 없다. 큰 회사에는 언제나 정치가 있기 마련이고 구성원 개인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의 폭이 좁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면 어디를 목표로 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스타트업이 큰 회사처럼 보이려고 하는 대신 큰 회사들이 스타트업처럼 보이려고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좋은 일이다.

-Paul Gra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