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투자하는 방법

개미 투자자로 살아남기 / 투자 책 추천 / 액티브 & 패시브 투자

내가 투자하는 방법

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자산/투자관리 전략이 있다. 너무 다양해서 사실 종류를 세분화하기도 힘든데, 헤지펀드들의 종류만 보아도 돈 버는 방법은 얼마나 다양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자산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방법이 다르고 각 방법에 장단점이 있을 뿐, 어떤 방법이 우월한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야 하므로 나는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고 투자하는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왜 투자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투자에 천재적인 소질은 확실히 없는 것 같다. 워렌 버핏이나 레이 달리오, 심지어는 크리스 사카 등의 이야기만 봐도 어렸을 적 그들은 이미 수천에서 수만 달러를 코 묻은 원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벌고 있었다. 나는 그렇지는 못하지만, 내가 투자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13F를 통해 최근 빅네임 투자자들이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지 공부하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 기업들의 행보와 펀데멘탈을 들여다보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여러 투자 전략을 연구하고, 또 실제로 내 포트폴리오에 반영해보기도 하면서 나만의 투자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이고,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투자는 내게 재밌는 취미이자 게임과도 같은 영역이며 친구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나눌 좋은 얘깃거리가 돼주기도 한다. 요즘에는 다양한 애셋 클래스를 매매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전통적인 바이아웃 (buy out) 회사들인 KKR, Blackstone 등은 최근에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이런 재밌는 행보를 기사나 블로그, 팟캐스트,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는 늘 재밌는 상상과 기대가 든다.

그래도 계속 들여다보고 있자니 점점 더 감이 오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도 하다 보면 느는 법. 이제는 투자와 내 원칙을 지키는 것에 전보다 훨씬 더 능숙해졌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정말로 원숭이가 나보다 나았다. 지금은 적어도 S&P500 (미국 경제를 대변하는 벤치마크 지수 중 하나)만큼의 수익률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투자하는가?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투자뿐만 아니라 투자를 결정하기 전 (매매)에 정보와 통찰을 얻는 과정도 원칙을 지켜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우선 내가 결정하는 모든 자산과 투자 전략은 인테이크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고 관리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퍼블릭 에퀴티에 관심이 가장 많고, 그중에서도 에퀴티 롱에 관심이 많다. 퍼블릭 에퀴티 안에서도 마이크로캡, 미들캡, 라지캡과 같은 시가총액 별 투자 클래스가 있고, 섹터와 기업의 stage (블루칩, 밸류, 그로쓰 등)도 다양하다.

#투자 프로세스

투자 활동을 한다는 것은 곧 늘 무언가를 읽고 있거나, 누군가 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의 절차를 통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먼저는 뉴스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찾고, 꾸준히 뉴스와 정보를 보고 읽는다. 내 정보처는 크게 5개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뉴스 미디어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터미널 아님)에 구독한다. 유료 매체 중에 거의 가장 비싼 매체들이긴 하지만 그만큼 빠른 시장 소식과 양질의 분석을 제공한다. 이 셋에 집중하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정보에서 유효한 정보를 걸러내는 나만의 필터 방법이기도 하다. PE와 같이 들춰보기 어려운 분야는 블룸버그나 FT를 통해 주로 정보를 알아내는 편이다. 요새는 Pitchbook과 같은 PE/VC 전문 리서치 기업도 생겼지만, Pitchbook을 정기구독할만한 여유는 없다. (ㅠㅠ) 이 셋에 The Information을 추가로 구독한다. TI는 비교적 신흥 매체이지만, 테크 섹터에 큰 비중을 두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나로서는 꽤 좋은 매체인 것 같다. 여태껏 상당수의 단독보도를 (최근에는 우버 IPO, 라임 $1B 밸류에이션 등) 터뜨릴 정도로 실력도 좋다. 글도 깔끔하고 빨리빨리 보기 좋다.

13F Filings, Shop Reports & Fund Following

AUM이 $100M이 넘는 모든 기관투자자는 13F라는 보고서를 분기마다 SEC에 제출해야 하는데, 13F에는 그간 기관투자자의 매매기록을 볼 수 있다. 13F를 통해 유명 펀드들이 어떤 증권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13F 만으로는 내 투자 활동에 도움이 될만한 material information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잘 사용하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펀드들은 분기별 혹은 연도별 보고서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이것 역시 꽤 양질의 정보라고 생각한다. 각 펀드의 투자 전략도 확인할 수 있고, 지금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여러 펀드의 보고서를 비교해보면서 감을 잡을 수 있다. 펀드 리포트를 공개하는 곳도 있고 안 하는 곳도 있지만, 손에 닿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읽고 있다. 일부 유명 펀드들의 경우 (버크셔, 브릿지워터 등) 공개적인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있고 인터뷰도 활발히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읽거나 보거나 들으려고 한다.

온라인에 이러한 13F 보고서와 분기별 보고서를 모아놓은 DB들이 많은데, 13F의 경우 나는 이곳에서, 보고서의 경우 나는 이곳에서 확인하곤 한다.

Books

모든 성공적인 투자자들한테 시간 날 때마다 뭐하냐고 물으면, 절반은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한다고 하고, 다른 절반은 책을 읽는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독서 활동은 투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늘 책을 들고 있다. 책의 중요성이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니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겠지만, 여태껏 내가 읽은 투자 관련 책을 몇 권 추천하자면:

Intelligent Investor

워렌 버핏이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전설적인 가치 투자가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 책.

Why Moats Matter

경제적 해자의 중요성을 설명한 모닝스타의 책.

Zero to One

콘트래리언 인베스터 피터 티엘이 말하는 모노폴리를 만드는 기업.

Modern Monopolies

21세기 모노폴리 기업은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책.

Margin of Safety

아직 안 읽었지만, 투자 책들중 열손가락안에 들 책인 것을 그냥 아는 책이다. 나도 곧 읽을 생각. 바우포스트 그룹의 세스 클라만이 쓴 책. 절판되어서 지금 아마존에서 권당 천불에 팔리지만 PDF버전으로 읽을 수 있다.

Blogs/Twitter

Conventional 정보와 소식 (뉴스미디어 등)을 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실 WSJ나 FT는 누구나 읽는 매체이다. 좀 더 다양하고 특별한 정보를 접하기에는 매우 중립적인 의견이 주를 이룬다. 여느 포트폴리오처럼 때로는 unconventional 한 정보도 접할 필요가 있는데, 내 생각에는 트위터와 블로그가 그 역할을 잘 해주는 것 같다. 트위터와 블로그는 WSJ/FT와 같이 정제된 읽을 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좀 더 저자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어서 오히려 “breakthrough” 리딩은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하는 편이다.

Tomasz Tunguz, Red Point VenturesSaaS구루로 잘 알려진 Tomasz Tunguz의 개인 블로그.

Fred Wilson, USV – 한국에서도 유명한 VC인 유니언 스퀘어 벤쳐스의 파트너 프레드 윌슨의 블로그.

배기홍, The Startup Bible – 한국의 폴 그래햄이 되고자 하는 스트롱벤쳐스 배기홍 님의 블로그.

Gordon Investing – 글이 자주 올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버핏식 가치 투자가 실제로 어떤 원칙과 평가방법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블로그. 현재는 페라리와 소프트뱅크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Podcast

작년 11월쯤 발견한 팟캐스트인 를 듣는다. 오셔너시 애셋 매니지먼트의 PM인 패트릭 오셔너시가 운영하는 Invest Like the Best 팟캐스트는, 헤지펀드 매니저, 벤처 캐피털리스트 (VC), PE, 인기 미드 빌리언즈의 대본을 쓴 작가 등 투자와 관련된 모든 주제와 분야에서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해 1시간 정도씩 깊은 대화를 나누는 컨텐츠다. 원칙과 근본적인 투자 전략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리고 공부하고 싶다면 이 팟캐스트를 강력하게 추천. SaaS 구루인 Redpoint Ventures의 Tomasz Tunguz도 이 팟캐스트를 듣는다.

팟캐스트는 특별하게 책이나 블로그 등으로부터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한다. 그 가치는 바로 호스트, 그리고 게스트들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대화하는 것을 듣는 것인데, 책/블로그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팟캐스트와 전달되는 방식부터 다르다. 여러 주제를 두고 다양한 관점을 대입해보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그 컨텍스트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버핏과의 점심 식사는 33억 정도 한다. 그 이유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버핏과의 대화와 관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Invest like the Best는 물론 내가 직접 그들과 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지혜를 엿들을 수 있어서 듣는다.

그렇다면, 실제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풀타임 직장이 있는 나로서는 100% 액티브 인베스팅은 교만에 가깝다.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해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100% 액티브 인베스팅은 비현실적이고, 또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액티브(~40%)와 패시브 인베스팅(~60%)을 목표로 둔다.

Active Investing

자본금이 수십억 원 정도가 아니라면, 혹은 데이트레이딩이 아니라 기본적인 롱 위주 포트폴리오라면 왜 굳이 무료 수수료 플랫폼을 두고 기존 브로커리지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수수료가 건당 $4.99에서 많게는 $10.99까지도 한다. 기존 브로커리지가 아직 가진 장점은 매매 오더시 즉각 체결할 수 있게 함과 고객에게 dedicated된 서비스, 꽤 유용한 주식 스크리닝 툴, 애널리스트 분석 리포트 등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부가가치가 필요 없다면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그래서 로빈후드를 사용한다. 지금 나의 액티브 포트폴리오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B와 페이스북, 그리고 월마트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두 주식에 다음에 2~3개 정도를 추가해 한 번에 총 5~6개 기업만 Buy & hold 할 것 같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 자동으로 투자하게 해주는 월마트 직원 주식 프로그램이 있다. 월마트 주식은 그 프로그램을 통해 산다.

로빈후드 바로가기

Passive Investing

내 자산의 대부분 (~60%)은 Titan이라는 스타트업 펀드를 통해 관리한다.

Titan (타이탄)

타이탄 리뷰 글 바로 가기

Titan은 YCombinator ’17 배치 스타트업들중 하나로 유명 헤지펀드들의 투자전략을 mimic하는 동시에 Titan만의 알고리드믹 자산 분배와 헤징을 적절하게 적용하는 유연한 펀드다 (헤지펀드를 mimic하지만, 헤지펀드는 아니다). Titan의 투자전략은 기관투자자라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분기별 투자리포트인 13F를 분석하는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Note: 물론 13F만을 봐서는 의미 있는 투자전략이 나오기 어렵다. 13F에 보고되는 증권은 하도 다양하고, 아무리 유명 헤지펀드를 따라 하더라도 펀드마다 전략이 너무 다르므로 별 의미가 없을 정도다. 일례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퀀트 펀드는 가치 투자가 세스 클라만이 이끄는 바우포스트와 증권을 선택하는 방식부터 롱/숏 포지션도 너무 다르므로 무작정 13F를 따라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다.

타이탄은 기본적으로 퍼블릭 에퀴티 롱/숏 포지션을 고수한다. 몇 가지 섹터에서 20개 기업에 투자한다. 마켓 다운턴의 조짐이 보이면 ProShares S&P 500 숏 ETF를 통해 투자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5~20%를 헤징(hedging)한다. 리테일 인베스터로서 매크로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런 이유에서 자동으로 헤지를 해주는 기능은 나한테 꽤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2019년 2월 현재 타이탄 포트폴리오 구성:

내가 타이탄을 통해 패시브 인베스팅을 하는 이유는, 먼저 타이탄의 투자 전략과 100% 동의하고 있고, 그들의 역량을 믿으며, 그리고 실시간으로 시장 뉴스와 인사이트를 그들이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탄을 통해 투자하면, 패시브 인베스팅이긴 하지만, 적정 수준에서 시장을 팔로우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에 타이탄은 신용정보평가회사 무디스와 제조업 부품 업체 Fastenal을 매각하고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롱 포지션을 인수했다. 이것에 맞춰 타이탄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분석과 포지션 변경 이유를 설명하는 피드를 제공한다.

내 개인적인 투자 전략/원칙이나 내가 평가하는 기업들의 가치 등에 대한 글은 추후에 쓸 계획이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내가 사용하는 플랫폼과 투자 전략/원칙을 만들고 수정하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설명한 글이다.

Disclaimer: 본 블로그는 전적인 개인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할 뿐이며,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독자들의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