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는 어떻게 사용자들을 사로잡았을까?

최고의 강사진으로 구성된 최고의 교육 콘텐츠 플랫폼 마스터클래스 사용기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는 어떻게 사용자들을 사로잡았을까?

코세라 (Coursera), 유데미 (Udemy), 스킬쉐어 (Skillshare) 등 대부분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 비즈니스 플레이어들은 ‘양’ (quantity)에 집중하지만,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는 전략적으로 ‘질’ (quality)에 집중한다. 적지만 강의 하나하나가 최고 수준의 기획과 강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스터클래스의 작년 매출은 약 $5-70M 언저리. 100개도 안 되는 강의들로는 정말 엄청난 결과다. 같은 해 VC들로부터 $80M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하기도 했다. 지금 콘텐츠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가장 잘나가고, 가장 핫한 스타트업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클래스101 (‘시그니처’ 강의), ViBLE 등 최근 전문가들의 온라인 강의를 모아놓은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ViBLE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배우 이병헌

이들은 모두 미국의 마스터클래스 (Masterclass)라는 스타트업의 모델을 한국으로 가져와 지역화 플레이를 하는 팀들인데, 아직 한국에는 이 모델로 스케일화에 성공한 비즈니스는 없다. ViBLE이 페이스북에서 자주 거론되길래 봤는데 박찬욱 감독, 이병헌, 유노윤호 이 셋의 강의를 제외하고는 강의가 없다.

한국 시장에서 전문가-led 온라인강의 패키지 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play out 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원조 모델인 마스터클래스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마스터클래스를 알게 된 지 꽤 오래되었다. 처음 알게 되었던 당시만 해도 “전문 영역의 기술을 어떻게 온라인강의 몇 번 들어서 배우냐”라는 편견이 있어서 그냥 무시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마케팅을 통해 여러 번 마스터클래스에 대해 접하고 마침내 밥 아이거 (디즈니 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크리스 보스 (전 FBI 협상가), 폴 크루그먼 (경제학자) 등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강사들이 잇따라 강의를 개설하면서 $180/연 구독을 하게 되었다.

마스터클래스 구독을 이제 3주 정도 하고 있고, 현재 크리스 보스의 협상 강의를 마쳤고 데이비드 악셀로드 (오바마 대통령 선거 고문)와 칼 로브 (조지 W. 부시 대통령 선거 고문)가 가르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전략을 수강 중이다.

마스터클래스는 어떻게 사용자를 사로잡았을까?

Quality > Quantity. 오랫동안 유효한 월드클래스 전문가들이 강사로 합류했다.

“인지적인 연습 (deliberate practice)을 통해 역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디자인된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선생이 필요하다.” (p.98)

“의도적인 연습을 하려면 첫 번째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리고 그들이 왜, 어떻게 그 분야에서의 역량이 탁월한지 알아내어라. 그리고 당신도 탁월한 역량을 가질 수 있게 해줄 훈련 방식을 설계하라.” (p.103)

“성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는 좋은 선생을 찾아낸 뒤 그 선생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 있다.” (p.148)
- Anders Ericsson, Peak.

마스터클래스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

Peak (한글 제목 1만 시간의 재발견) 를 쓴 앤더스 에릭슨은 학습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 또는 전문가로부터 직접 배워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마스터클래스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수업을 가르친다. 그냥 전문가가 아니고, 전문가의 수준이 정말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들이 모였다.

가령, 농구를 배우고자 하면 누구한테 배우겠는가? 동네 체육관 트레이너도 슛 좀 하겠지만 스테판 커리한테 배우는 게 훨씬 더 효율이 높을 것이다. 경영 전략을 배우자면 사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그 사례를 직접 만들어 낸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 같은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게 훨씬 더 좋을 것이다.

한 두명이 아니다. 요리에는 고든 램지가, 농구에는 스테판 커리가, 메이크업에는 바비 브라운이, 경영에는 밥 아이거, 경제학에는 폴 크루그먼, 글쓰기에는 말콤 글래드웰, 뭐 이런 식이다.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만 모아놨다.이들 대부분은 (if not all) 각자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강의들은 유통기한이 짧은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블로그 운영”,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되게 택티컬하고 유행이나 사람들의 사용행태 등이 바뀌면 따라서 시들어버리고 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마스터클래스의 강사들과 강의들은 유통기한이 굉장히 긴데, 밥 아이거가 갑자기 어떤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는 한 그의 영향력은 유효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가르치는 것은 전략이고 리더십이다.

강의 내용 및 구조적 짜임새

강사가 해당 분야 전문가이더라도 마스터클래스 사용자가 강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용이 사용자의 삶에 적용할 만큼의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획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더라도, 강의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전문가들의 수준/눈높이에서 초보자의 수준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너무 어렵게 설명하거나 (여느 대학교수들의 강의가 그렇듯) 너무 쉽게 설명한다 (예: 밥 로스 아저씨). 눈높이 교육을 위해서는 강의를 제작하는 것 자체에 고도의 역량이 필요하다.

마스터클래스의 강의를 보고 있으면 수업을 듣는다는 느낌보다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밀려올 때가 있다. 그 정도로 영상의 수준이 높다고 얘기할 수 있고, 또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파는 “에듀테인먼트”로서 포지셔닝하고 있다. 테크크런치의 표현대로라면 마스터클래스는 Netflix for Edutainment가 되고자 한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추가로 전문가들이 강의를 통해 설명한 많은 개념을 정리한 PDF 노트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강의를 다 본 뒤에 이 PDF를 보니 이해가 더 잘 되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되었다.

크리스 보스의 협상 강의 PDF

마스터클래스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쉽게 착각하는 게 강사 섭외력 덕에 마스터클래스는 성공했고 앞으로도 포지션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고의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구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역량(competency)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입장벽이 될 것이다 (독점계약 등을 통해 - 스테판 커리가 농구말고 가르칠 게 뭐가 있는가.)

그러나 아직 시장이 완성되지 않은 지금, 최고의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구성하는 것은 수백억 벤처캐피털 수혈을 받은 바로 다음 날 가능하다. 자원이 많으면 쉽게 카피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얘기다.

강사진을 최고 수준으로 구성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마스터클래스의 경제적 해자 (economic moat)는, 그런 최고 전문가들을 데리고 함께 대중의 눈에 맞춰 좋은 강의를 만들어 내는 역량,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쌓여 만들어진 효율적인 제작 프로세스다 (스피드). 이것 때문에 이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실제로 강의들이 도움이 되나?

아직 나도 3주 정도만 이용해본 터라 100% 확신을 하고 “이건 된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만 얘기하자면, “마스터클래스의 강의내용은 초보자가 특정 전문 영역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자발적 공부를 시작하게 하는데 탁월하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추가적인 공부와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마스터클래스의 초점이지 않을까도 싶다. 일례로 ‘협상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고 흥미로운 주제’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서 크리스 보스(Chris Voss)의 Art of Negotiation 강의를 듣고 난 후, 그의 책인 Never Split the Difference를 구매하여 읽고 있다.

전 FBI 인질협상 전문가 크리스 보스 (Chris Voss)가 가르치는 협상의 기술

예체능 쪽은 다를 수도 있겠다. 나의 관심 분야는 비즈니스, 경제, 그리고 글쓰기 정도이기 때문에 우선 관심 분야 내 강의를 다 수강하고 나서 예체능 강의를 수강할까 한다. 커리의 농구 수업을 생각하고 있다.

브랜드

마스터클래스는 오직 프리미엄, 오직 최고만을 이야기한다. 밑에 추가로 얘기하겠지만 가격 역시 한 번에 내는 가격치고는 싸지 않다 (강의당 $90, 혹은 연결제 무제한 패스 $180. 물론 12개월로 나누면 월 $15…). 높은 퀄리티의 강사진과 강의들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고, 또 아직 합류하지 않은 전문가들 역시 마스터클래스에 합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홍수처럼 흐르는 오늘날의 소비자는 돈을 내서라도 내가 들어야만 하는 것들, 봐야만 하는 것들, 읽어야만 하는 것들만 갖고 싶어 한다.

기꺼이 소비자들은 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수많은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 사업자들과 온라인 교육 콘텐츠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결국 소비자는 1개를 선택한다. 그리고 마스터클래스는 그 선택지에서 가장 프리미엄으로 각인되어 있다.

가격

마스터클래스는 다른 여느 구독 모델과는 다르게 연 $180의 결제 모델만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결제의 인지적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월 $15의 결제 모델을 제공할 법도 한데, 연 결제만 제공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당연히 구독모델 특성상 12개월 치의 사용료를 앞당겨 받는 것이 매월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한 것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사용 행태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마스터클래스는 자칫하면 사용자가 쉽게 이탈할 만한 특수성을 갖고 있는데, 내가 정말 수강하고 싶은 강의를 다 들었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사의 강의를 듣고 나서는 월 $15일 경우 바로 구독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따라서 연 결제만을 제공함으로 사용자에게 소위 “skin in the game”을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마스터클래스 매출의 80%는 $180짜리 연결제 모델에서 나온다고 한다 (나머지는 강의 1개당 $80에 판매하는 싱글 라이센스에서 나오는 것 같음).

제품

페이스북에 공유되는 마스터클래스와 다른 제품의 리뷰를 읽어보니 UX/UI를 마스터클래스의 장점으로 삼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마스터클래스의 UX/UI는 2차, 3차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사용자를 매료시킨 것들은 마스터클래스의 본질 앞서 말한 강사, 강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큐레이션이다.

www.masterclass.com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클래스의 제품이 별로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쓸만하게 만들어놨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주 칭찬할 정도로 잘 만들지는 않았지만, 마스터클래스가 하려는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운반 도구(vehicle)로는 충분하다.

다만 마스터클래스의 비즈니스 특성상 UX보다는 강의의 접근성에 집중한 것 같다. 마스터클래스의 UX/UI가 좋고 말고는 아무래도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기기로 튼다”는 꽤 중요하다. 마스터클래스는 웹은 물론이고, iOS, Android, iPadOS용 앱을 제공하고 있다.

마케팅

마스터클래스는 2018년에 약 $2m을 광고마케팅에 사용했다. 2019년에도 더 많으면 많았지 더 작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2m은 개인적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은 액수인데, 그 이유는 나를 고객으로 전환한 계기도 매우 끈질긴 retargeting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마케팅의 대부분을 retargeting ads와 demand nurturing (잠재고객이 conversion funnel을 지나면서 마스터클래스에 대해 더욱더 자세히 알게 되고 더 관심을 끌게 하는 활동)에 투자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마스터클래스는 강사진들의 채널들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마스터클래스의 강사 중 한 명인 디즈니 CEO 밥 아이거의 개인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채널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마스터클래스의 목소리가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의 목소리를 십분 활용하는 것. 여담이지만, 교육과 콘텐츠 비즈니스는 마스터클래스의 마케팅을 많이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콘텐츠든 인터넷 강의든 결국 가치는 지식과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있다. 그 사람 자체를 브랜드화해서 마케팅하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인 유통 채널인 듯 하다.

분명 내부적으로는 신규 사용자가 누구의 영상을 먼저 보고, 몇 분을 보고했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로 ‘Aha!’ 모멘트를 찾았을 것 같다. 내 경험을 기준으로 예상해보자면, 약 30분~1시간 안팎인데, 그 시간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서 가입 후 사용 중에도 마스터클래스는 끊임없는 내게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광고를 송출한다. 이게 내가 고객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몰라서 운으로 작용한 것이었는지, 의도적으로 이랬는지는 아무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계속해서 마스터클래스를 사용하게 된 것에 영향을 많이 줬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 모델이 잘 될까?

분명 한국 시장은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장이고 스타마케팅에 대한 수요도 높은 시장이다. 배움에 대한 의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유명인들도 잘 따르니, 마스터클래스 식의 모델은 어쩌면 한국에서 제일 잘 될 수도 (engagement/retention-wise) 있겠다 싶다. 그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니 결국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플레이어가 이 시장을 공략할 텐데, 그 많은 플레이어와의 경쟁으로부터 살아남는 회사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지킬 수 있는 경제적 해자가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유명한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에 대해 강의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 그 자체로는 오래 버틸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저 유명인사가 인터넷 강의를 만들어 유통하는 것은 사용자들도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마스터클래스처럼, 한국 시장에서도 강의의 구성과 내용, 짜임새 등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역량이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