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향한 길

창업을 향한 길

주말을 이용해 뉴욕에 다녀왔다. 이젠 거의 6개월에 한 번씩은 뉴욕에 놀러 가기 때문에 여행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시내에 가는 느낌 일 정도로 익숙해지긴 했다. 그래도 뉴욕에 가면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롭고 행복하다. 이번엔 친구의 생일을 맞아 놀러 갔다 왔다.

좋은 사람들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주말에 만나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또 웃을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은 내가 찾은 이번 NYC/NJ 일정에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삶을 영위할 만한 목적 중 하나이다. 짧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느꼈던 것들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takeaway를 적어보았다.

I. 사람에게 가장 큰 투자를 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곧 만사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맞다. 뭐가 되었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위해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일이다. 창업하는 것은 1인기업이 아닌 이상 곧 사람을 이끄는 일이 된다. 사람을 이끌기 위한 리더로서의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책을 읽든, 창업하려는 업종에서 일을 해보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하든 간에 사람과 사람의 심리, 그리고 그 심리가 모여 조직에서의 심리 등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아니 뭐 근데,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최고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건 뭐 너무 당연해서…. ㅎㅎ

II.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잘할 수 없는 것을 아는 일

지피지기 백전불태라 했다. 남을 (고객, 경쟁사, 시장 등)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아는 것도 딱 남을 알아야 하는 만큼 중요하다. 내가 뭘 잘하고, 또 뭘 못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일당백이라 하나만 잘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바다를 끓이려는 생각으로 임해서는 필패다. 혼자서는 일을 제대로 해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팀이 존재하는 거다. 근데, 같이 일할 사람들을 모으려면 우선 직무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과 잘하는 것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협업했을 때 시너지가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전략컨설팅에서도 외부요인을 분석한 뒤엔 무조건 내부요인 분석이 따른다. 분석을 하고 나서야 가정을 설립하고 테스팅을 진행한다. 기업에 적용되는 규칙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철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앞으로 나간다.

III. 자기 일에 대한 꿈

뉴욕에 있는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각 상점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깊은 관찰을 하려고 노력했다. 각 상점은 제각각 다른 차별점과 deliver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나는 의류와 시계를 중심적으로 돌아다녔는데, 같은 하이엔드 가격대에 있더라도 어떤 브랜드는 고객 경험이 떨어지는 반면, 어떤 브랜드는 너무 좋아서 지금 당장 구매력이 없더라도 언젠가는 꼭 사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 규모가 큰 브랜드들도, 작은 브랜드를 팝업스토어 형태로 판매하는 소상공인들도, 공통점은 각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그들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크게 와닿았던 부분이다. 고객은 절대 물건만을 보고 사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몸소 체험했다.
또한 브랜드만 잘 키워서 성공한 비즈니스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브랜드의 성장은 곧 매출로 이어지지만, 매출을 수익으로 만들고 수익을 잘 배분시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인 경영자가 되어야만 한다.

소상공인들에게 본 것은 바로 열정이었다. 첼시마켓 안에서 팝업스토어로 여성 주얼리 제품을 팔던 분은 십여 년 간 엔지니어로서 일하다가, 주얼리를 만드는 게 재밌어서 엔지니어 일을 그만두고 주얼리를 전업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분이었다. 그 옆자리에서 안경을 파시던 분은 한국분이었는데,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안경이나 의류 merchandising 일을 돕는데, 안경은 디자인 및 제작부터 판매까지 매형, 본인, 누나 등이 함께한다고 했다.
뉴욕에는 수 많은 소상공인이 있고, 자기 일을 하기 위해 좋은 직장, 높은 연봉을 박차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매일같이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만의 강점과 차별점을 연구하고, 그것을 자기 제품에 녹여 판매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규모가 커지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다 보면 한 때는 열정이 넘쳤었던 창업자도 자기 자신이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을 때를 잊곤 한다. 그때마다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그리고 얻을 가치가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IV.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보자. 그리고 일을 시작하려면 내가 우선 준비되어야 한다.

시작하는 것보다 힘든 일은 끝맺음이다.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근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스타트업 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이, “왜 그만뒀을까” 또는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겨내려면 지금,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훈련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서 내 일을 하려면, 그에 필요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 준비에는 내 현재 경제력과 (힘든 스타트업 생활을 버틸만한 contingency plan 및 자금), 하려는 일에 관한 충분한 공부 (물론 창업을 할 때 다 알고 하면 그건 창업이 아니겠지만),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든든한 팀이 있어야 한다. 팀원을 모으는 작업은 일 시작에 가장 중요한 단계인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 문제가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명이 나도, 그리고 사업이 어려워서 기울더라도 팀워크가 훌륭하고 케미스트리가 좋다면 업을 바꿔서도 얼마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관한 공부는 정말이지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를 들춰보면 제대로 된 공부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캐시버닝 중인 회사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내 생각에는 창업하려는 업계의 전문가가 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사실 ‘전문가’의 기준이 뭔데?) 적어도 해당 업계의 구조, 프로세스, 가치사슬 등, 전반적인 큰 그림이 머릿속에 뚜렷이 박혀 있어야 한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소비단계까지 모두 경험해볼 수는 없기에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빨리 들어가서 부딪혀 가며 성장하는 게 낫다), 큰 그림을 그릴 정도와 약간의 인사이더 정보 및 인사이트가 있으면 딱 준비된 창업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V. 소비자로서의 경험치

뭔가를 팔려면 구매자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뭔가를 팔려면 구매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구매자는 머리로 사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 고객은 논리적인 것보다 감성적인 것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뭔가를 팔아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이게 말이 쉽지, 구매자를 이해하는 과정의 실상은 개고생이자 너무 어려운 과제다. 그렇기에 일을 벌이기 전에 (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 자신이 소비자로서, 고객으로서 이해하고 있는 감성이나 느낌, 언어, 제품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로서의 경험치가 충분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