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읽는 경험: Reader by Readwise

다음 세대에 맞는 형태의 Reading 소프트웨어

새로운 읽는 경험: Reader by Readwise
(C) Readwise

블로그 글이나 뉴스 기사, 영상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저장해두고, 나중에 열어 자체 reading 소프트웨어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앱을 "Read-it-Later" 앱이라 한다. 대표적으로는 포켓(Pocket)과 인스타페이퍼(Instapaper)가 있다.

이 둘은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서비스이지만, 지난 5~7년 동안 의미 있는 서비스 개선은 거의 없었다. 그저 현상 유지뿐, 획기적이고 참신하면서 나날이 달라지고 발전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형태를 따라가지 못했다.

기존 Pocket과 Instapaper의 불편함

Permanent archive(영구 저장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Instapaper(월 $2.99)와 Pocket(월 $4.99)모두 유료 멤버십을 구매하면, 저장하는 모든 링크의 내용을 아카이브할 수 있다. Permanent archive를 해두면 글 작성자가 글을 내리거나 Redirection으로 인해 링크가 사라지더라도 저장한 시점의 내용은 내 아카이브에 남는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해당 링크에 들어 있는 자료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용하던 Pocket은 이 기능을 지원한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떤 링크는 저장하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링크는 저장했지만, 나중에 링크가 사라지니 Pocket에서도 덩달아 내용이 지워지곤 했다.

Instapaper는 그나마 내용 저장은 충실하게 잘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Full-context search(검색)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강력한 검색 역시 두 앱의 유료 기능이다. 주로 예전에 읽었던 기사나 블로그 포스트, 영상 등을 다시 찾아볼 때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검색 기능 역시 두 앱 모두 굉장히 부족하다. 인덱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의 결과인데 - Reading app에서 검색하게 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콘텐츠 제목을 모르거나 내용의 일부만 기억이 날 때

2. 수집해둔 아카이브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서 자료를 만들 때

둘 다 구글처럼 맥락을 검색할 수 있어야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다. Instapaper는 나름대로 잘 지원하는 듯했지만, Pocket은 영 아녔다. 검색이 제대로 되지도 않을뿐더러, 검색 결과는 내가 검색한 키워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결과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creator economy'를 Pocket에서 검색했을 때 아래와 같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었다.

img

Pocket내 아카이브에서 129개가 나왔고, 129개를 정확도(relevance)순으로 정렬했다고 하는데 딱 봐도 검색 결과들이 내가 검색한 'creator economy'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콘텐츠들이다.

가장 첫 링크로 나온 폴 그래햄의 "You Weren't Meant to Have a Boss" 에세이는 creator economy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창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두 번째 글도 창업자가 펀드레이징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글이고, 세 번째 글은 Basecamp의 Jason Fried와 DHH의 인터뷰 기사다.

물론 이 세 링크 내에 'creator economy' 를 언급하는 내용은 아예 없다. 이게 무슨 'full-context search'란 말인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Tagging

Pocket은 무려 한 달 동안이나 하이라이트와 노트가 저장이 안 되는 버그가 있었다. 하이라이트를 통해 내가 읽은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고, 기억하는 것이 Pocket을 사용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인데, 이런 치명적인 버그를 한 달 동안이나 수정하지 않은 것도 의아스럽다.

앞서서 말했듯, Instapaper의 경우 폴더로만 콘텐츠를 구분할 수 있어 인터페이스 상에서 많은 카테고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폴더를 수십 개를 만들 수는 없으니 말이다.

img
Instapaper 화면

아무리 큰 화면으로 보더라도 폴더를 수십 개까지는 만들기가 어렵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기도 하다. 그만한 제약으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폴더를 추가하지는 못할 테니. 그러나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다양한 형태의 관점으로 레이블을 붙여놓아야 나중에 해당 지식을 잘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SEO, Product Marketing, Lead Generation, Content, Performance Marketing, B2C Marketing, B2B Marketing 등의 마케팅 글을 하나의 '마케팅' 폴더에 넣는 순간, 각각의 주제에 대한 지식을 꺼내 쓰는 것은 몇 배로 어려워 진다.

Pocket은 Instapaper보다도 더 심하다. 아래 스크린샷 처럼 태그를 나열해둔 것이 전부다. 빠르게 태그를 찾는 방법 유일한 방법은 (그리고 번거로운) 태그를 검색하는 것이다.

img
Pocket 화면

Inbox 기능이 없거나 부족하다.

내가 그나마 Permanent archive와 full-context search를 지원했던 Instapaper를 떠나 Pocket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Inbox 때문이었다. Instapaper는 카테고리별로 나눈 폴더에 링크를 저장한 다음, 아카이브 처리를 하면 폴더에서도 해당 링크가 사라지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말 그대로 태그가 아니라 폴더 방식이었기에, 읽은 것은 무조건 아카이브로 옮겨진다.

그러나 링크가 아카이브로 사라지면 검색 말고는 다시 그 링크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수많은 콘텐츠를 읽다 보면 카테고리별로 나눠두고 그 안에서 검색해야 하기에, 내게 있어 Instapaper의 이러한 구조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Pocket도 Inbox 경험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Inbox내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정렬하거나 필터할 수 없을뿐더러 Snooze가 없어 나중에 읽도록 설정할 수도 없다.

다른 종류의 콘텐츠는 지원하지 않는다.

Instapaper는 오직 활자 기반의 링크만 저장할 수 있다. 영상이나 트위터, PDF 등 다양한 매체를 저장하면 링크만 남고, 내용은 저장되지 않는다. Pocket도 영상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Desktop application

Instapaper/Pocket 둘 다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은 너무 느리고 버그투성이다. UI 역시 2015년 이후 업데이트 한 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세대에 맞는 형태의 Reading 소프트웨어

img

Pocket과 Instapaper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Readwise 팀이 만든 Reader라는 툴이다.

원래 Readwise 팀은 내가 읽은 문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는 툴이자 여러 가지 정보의 소스(source)들과 연결해서 정보를 자동으로 Notion, Roam, Evernote, Obsidian 등의 레포지터리(repository)로 보내주는 미들웨어 API를 제공하는 툴이다.

(C) Eva Keiffenheim & Ravi Kurani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Pocket/Instapaper로부터 하이라이트를 Readwise에 넣는 것을 관찰한 Readwise 팀은 자체적인 Reading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Reader는 기존의 Pocket과 Instapaper보다 훨씬 더 빠르고, 직관적이며, 불필요한 기능을 없앤 "Superhuman for Reading"이다.

읽기 전: 지식과 정보의 모든 것을 Reader/Readwise를 통해서 관리한다.

내가 인터넷에서 보는 모든 콘텐츠를 저장해두고, 분류하고, 관리할 수 있는 Inbox

Reader 앱에는 Inbox 탭이 핵심 탭이다. 모바일 앱, 브라우저 익스텐션 등으로 저장한 링크는 모두 Inbox로 먼저 들어 온다. 그리고서, 시간이 될 때 Inbox를 비우는 Inbox Zero를 하는 것이다. 이 Inbox에서 각 콘텐츠를

  1. 읽고 나서 아카이브하거나,
  2. 나중에 주제별로 빠르게 꺼내 볼 수 있도록 태그하거나,
  3. 나중에 읽기처리를 하거나,
  4. 삭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사용하기 쉬운 단축키로 처리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의 Pocket과 Instapaper의 reading list는 언젠가는 읽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몇 개월째 읽지 못하고 있는 수십, 수백개의 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저장하는 것은 쉽고, 시간을 내고 집중해서 읽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설거지나 빨래와 같은 "chore"처럼 느껴진다. 쌓이는 그릇과 빨래처럼 죄책감만 쌓인다.

Reader 앱은 Inbox에서 죄책감 없이도 저장할 수 있도록 경험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다. 지금 당장 무엇을 읽을지, 나중에는 어떤 것을 읽을지를 단축키로 정하고 분류할 수 있으며, 다 읽고 나서 빠르게 카테고리(태그)나 노트를 리뷰한 후, 아카이브 처리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 해두면 나중에 Readwise 앱을 통해 다시 복습도 할 수 있으니 큰 부담 없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도 있다.

img
Reader내에서 PDF를 보는 UI.

또한 이제 사람들은 블로그만큼 트윗 스레드를 읽고, PDF와 영상, 팟캐스트(음성) 등 다양한 미디어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Reader에서는 이메일도 저장할 수 있고, PDF, 책, 트윗, 영상, 팟캐스트 등의 형태도 저장할 수 있고, 글과 동일한 방식으로 Inbox Zero를 할 수 있다.

Readwise 팀은 블로그에서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하나의 앱으로 모으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트위터 스레드와 이북(ebook)과 웹 아티클 등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스타트업에서 흔히 말하는) "Zero to One" 일은 아니지만, 콘텐츠가 쌓이면 쌓일수록 앱의 가치는 증가한다.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기록하고, 검색하고, 관리하고, 복습하는 일을 하나의 앱으로 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RSS feed

img

이 놀라운 앱은 심지어 RSS feed 기능도 지원하고 있다. Feeder를 대체하는 것이다. 나는 RSS를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일부 블로그는 RSS를 통해 feed를 받고 있다. 팟캐스트 역시 RSS 프로토콜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아주 잘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 것 같다.

Full-context search & Permanent archive

img

Reader에서는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도 검색 결과의 정확도가 매우 높다. 내가 저장하는 모든 콘텐츠를 영구 저장하고 인덱싱을 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자료를 다시 찾아보거나 활용을 해야 할 때 Reader를 통해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img

Tagging

Reader는 링크 전체를 태그할 수도 있지만, 본문 특정 문단 혹은 문장을 단축키 'T'를 눌러 태그할 수 있다. 단축키를 눌렀을 때 기존에 내가 사용한 태그를 불러와서 검색 및 navigate을 할 수 있고, 신규 태그도 물론 추가가 가능하다.

img

앞에 하이라이트 경험을 언급하면서 말한 내용대로 본문 안에 있는 문단과 문장들에도 역시 동일한 태그를 적용할 수도 있다.

img
특정 문단에 태그를 적용하는 모습.

읽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경험

디지털 텍스트 시장에는 그동안 많은 혁신이 있었지만, 여전히 읽는 경험 그 자체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그저 종이 위에 인쇄된 활자를 읽는 것에서 픽셀로 찍힌 디지털 글자를 읽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Highlighting UX

내가 Reader를 사용하면서 제일 감탄한 것은 하이라이트 경험이다. Pocket/Instapaper 처럼 기본적인 하이라이트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단축키 'H'를 눌러서 빠르게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문단 전체를 하이라이트하거나, 본문 안에서 단축키 'T'를 눌러서 해당 문단에 태그를 적용할 수도 있다.

img

또한 내가 하이라이트하거나 메모한 노트는 오른쪽 패널에 있는 Notebook 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해당 링크에 저장되어 있는 메타데이터 (저자 이름, 제목, 태그 원본 링크 등)도 확인할 수 있다.

Reader에서 적용한 하이라이트와 노트는 모두 Readwise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나의 경우 Readwise와 Roam과 연결해두었으므로, 내 Roam 그래프로 하이라이트들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Appearance

img

Reading 앱에 글을 나중에 읽기 위해서 저장하는 것도 있지만, 더 나은 Reading 경험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도 있다. 나는 활자를 읽을 때는 Serif보다는 Sans Serif를 더 선호하는데, 이 중에서도 Inter와 같은 부류의 typeface로 읽는 것을 좋아한다. Reader 역시 Inter를 지원하고 그 외 typeface도 다수 지원하고 있다. Typeface, 다크모드, 문간 등은 취향이 갈리기 때문에 Reader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사용자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img

또한 글을 읽을 때 문단별로 focusing 표시를 해주어서 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0:00
/
Focusing 표시

Blazingly fast

콘텐츠를 옮겨 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찾을 때 콘텐츠를 아카이브가 버벅대면 짜증이 난다. 기존의 Pocket과 Instapaper모두 썩 좋은 경험은 아녔다. Reader by Readwise는 Superhuman for Reading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메일 앱' Superhuman처럼 웹상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지만 로컬 캐싱 데이터를 두므로 빠르게 데이터를 로드할 수 있다.

img

마우스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직관적인 단축키도 지원한다. 상당 부분 Superhuman의 단축키를 차용했다. Ctrl+K (맥OS의 경우 Cmd+K)를 눌러서 빠른 검색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액션을 적용할 수도 있다. 점점 학습하면 Ctrl+K 없이, 단축키만으로도 Reader 앱에 있는 모든 기능을 마우스 없이 활용할 수 있다.

Mobile (iOS App)

Reader는 (Testflight 이지만) 높은 퀄리티의 iOS 앱도 보유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모바일에서 보는 링크를 빠르게 Reader로 저장할 수 있다.

Browser Extension

img

Chrome 기반의 브라우저라면 익스텐션을 통해 1-클릭으로 링크를 Reader에 저장할 수 있다.


현재 Reader by Readwise는 Private Beta 중으로 이미 (1) Pocket/Instapaper를 사용하고 있고, (2) Readwise Pro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에게 한해서 선별적으로 제공한다. 이곳에서 waitlist에 등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