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하라주쿠에 라디오국을 설치한 이유
브랜드의 섬세하고 작은 차이가 사람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은 차이가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2019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일본에서 재밌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다. 하라주쿠에 라디오국을 개설한 것이다. 이 라디오국 안으로 들어가면 카세트 라디오가 쭉 장식되어 있고, DJ 부스에서는 아날로그 레코드도 볼 수 있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상품 판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하나는 롯폰기에서 '꿈의 형태 Hermès Bespoke Objects'라는 이름으로 연 프레젠테이션이다. 고객이 '이런 것을 만들어줬으면'이라는 꿈을 오더메이드로 만든 캠페인이다. 에르메스는 맞춤형으로 24가지 물건을 만들었는데, 이 중에는 보트, 자동차 내장, 자전거, 12인치용 주크박스 등 원래 에르메스의 제품군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을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역시 상품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 최대 편집숍 브랜드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의 창업자 구리노 히로후미는 그의 책 트렌드 너머의 세계에서 그 정도 돈과 시간이면 광고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돈도 더 벌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에르메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두 마케팅 캠페인은 에르메스의 장인 정신과 고객에 대한 사랑을 형태화한 것"이라고 구리노는 평가한다.
이러한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만의 섬세하고 작은 차이가 사람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에르메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 상품의 완성도는 매우 중요하다. 품질이 뛰어나고, 실용성이 대단한 상품을 만드는 것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승부를 가릴 수 없다. 승부는 결국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에서 갈린다.
라면 가게가 50곳 있으면 각각 다 잘 될 수 있다. 라면이라는 심플한 상품이라도 맛이 제각각 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전시회에 가야하는 이유
"미술관이나 전시회라는 것은 다음 세대의 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예측합니다. 예를 들어 고흐나 마티스의 전시회에 간다고 해봅시다. '너무 유명한 화가에다가 현역도 아니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 왜 고흐인지, 지금 왜 마티스인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거장의 회고전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큐레이션 방식에 따라 전시하는 그림부터 전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큐레이션에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이라는 의미가 들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