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재무관리

재무관리(Treasury Management)와 투자는 다른 개념이다. 투자는 자본으로 돈을 벌 목적이 강하지만, 재무관리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잃지 않고 적절한 이자를 받아 런웨이를 확보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스타트업 재무관리

이번 주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일어났다. 40년 동안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도왔던 실리콘밸리 뱅크(Silicon Valley Bank)가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오늘 Federal Reserve와 FDIC에서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바른 리스크 관리와 기업의 재무관리에 대한 인식은 이제 바뀌고 있다.

기존 스타트업 재무관리 통념은 "하지 말고, 제품과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었다. 투자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어느 은행에 예금하고, 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통념은 깨졌다. SVB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YC 포트폴리오 회사의 30%는 다음 30일 동안 구성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수 없을 위험에 처할 뻔했고, 실리콘밸리 통틀어 약 65,000개의 스타트업이 SVB와 거래했었던 것만큼 이번 사태가 많은 창업자에게 재무관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Disclaimer
당연히 이 글의 내용은 금융/재무적 조언이 아니고 누구든 이 글의 내용만 보고 추가 공부 없이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


재무관리는 투자와는 다르다.

재무관리(Treasury Management)와 투자는 다른 개념이다. 투자는 자본으로 돈을 벌 목적이 강하지만, 재무관리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잃지 않고 적절한 이자를 받아 런웨이를 확보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스타트업의 기본적인 재무관리 101은 아래와 같다.

  • Day-to-Day 운영을 위한 네오뱅크 거래하기
  • 여러 개의 은행과 거래하기
  • 그중 하나는 "too big to fail" (자산이 $1T 이상)인 은행에 예금하기
  • Cash Sweep 등록하기
  • 이자율보다 재무 안전성을 우선하기
  • 이번 SVB 사태와 같은 재무적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대응하는 법

네오뱅크와 거래하기

JPMC, BoA, Citi 등과 같은 전통 은행들은 일단 거래하는 것 자체가 고생길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개선이 되어서 직접 은행에 갈 일이 (거의) 없지만, 송금/ach transfer 등의 업무를 처리할 때면 수수료도 크고 한도가 충분한 크레딧카드도 개설이 어려워서 Day-to-Day 운영을 위해서 스타트업을 타겟하는 네오뱅크과 거래하는 것이 좋다.

네오뱅크들은 정확하게는 은행이 아니라 은행레이어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이다. 실제로는 Evolve, First Republic과 같은 은행과 거래하는 것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Mercury/Brex 등은 FDIC멤버 은행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예금 $250,000까지는 국가에서 보장해준다. 우리 팀 역시 Mercury를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Brex 역시 법인크레딧카드 + 예금 용도로 사용한다.

Multi-Banking - 여러 개의 은행과 거래하기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관리하는 재무관리의 기본은 멀티뱅킹 어프로치이다. 주거래 은행외에 리저브 펀드를 주차해놓을 수 있는 계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팀도 Brex/Mercury, 그리고 한국 자회사의 경우 신한, 외환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각각의 목적에 맞게 투자금을 나누어서 관리하고, 셋 중 하나가 이번 SVB처럼 실패하더라도 런웨이에 치명적인 타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위 이메일은 Ro.am의 CEO Howard Lerman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다 (링크). Ro.am은 투자금중 $21.3m을 미국 Big 4 은행 중 하나인 JP Morgan & Chase에 예치했고, Payroll (월급) 지급을 위해 SVB에 $3.7 - $4.1m 을 예치했던 것이다.

만약 SVB에 리저브 투자금인 $21.3m도 SVB에 넣어놨다면, 그리고 FDIC/FRB가 보장해준다고 선언하지 않았다면, Ro.am은 (아직 Pre-PMF 회사라고 함) 도약하기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망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Too Big to Fail 은행 계좌 개설하기

Seed 단계를 넘어선 미국기업이라면 자산이 $1T 이상인 은행 중 한 곳에 계좌를 열어서 거기에도 예금을 하는 것이 좋다.

  • JP Morgan Chase
  • Bank Of America
  • Citi
  • Wells Fargo

Cash Sweep 네트워크에 등록하기

Mercury, Brex 등을 통해서 계좌를 개설하면 $1m까지는 FDIC/SIPC 등록된 은행 여러 개에 계좌를 자동으로 만들어서 자금을 분산해서 예금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을 Insured Cash Sweep이라고 부른다. FDIC는 은행이 망하더라도 $250,000까지는 보장해준다. 이점을 이용해 $250k를 여러 은행에 나누어서 예금하고, 각각 은행 간의 관계와 이자율 협상 등을 Mercury, Brex 등이 대신해서 해주기 때문에 운영상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료 참고:

  • Mercury
  • Brex
  • Insured Cash Sweep

이자율보다 재무 안전성을 우선하기

현재 금리가 ~5%대인 만큼, 은행에 리저브 펀드를 예금하는 것만으로도 런웨이를 어떤 경우에서는 1-3개월 정도까지 늘릴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런웨이 확보와 충분한 현금 유동성 확보가 제1의 목표인 스타트업 재무관리에서는 이자율보다는 안전성을 우선해야 한다.

고작 0.5-1% 이자 더 받으려다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VB 사태와 같은 재무적 블랙스완에 대응하기

우선 내가 거래하는 은행이 SVB와 같이 실패하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위험에 노출된다면, 아래와 같은 대응을 시도해볼 수 있다.

1/ 커뮤니케이션

무조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이해관계자들 – 이사회, 투자자, 고객사/사용자, 경영진, 구성원, 벤더사, 파트너사 등에 (이번 사태로 인한) 어떠한 implication이 있는지, 어떤 액션 플랜이 있는지 소통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때는, 정직하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각 이해관계자가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예: 구성원들의 경우 큰 자본을 요구하는 집 계약 등을 미루거나, 벤더사들의 경우 먼저 grace period를 제안해올 수도 있다)

2/ 벤더사들에 "grace period" 요청하기

우리 회사가 현재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툴들 (ERP, CRM, 협업 도구 등), 서비스들 (회계/법무 법인, 컨설팅/에이전시 등)에 60일~90일 정도의 인보이스 지급 유예기간(grace period)을 요청해라. 우리 회사가 처해있는 위험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설명하면 대부분의 업체는 기꺼이 유예기간을 승낙해줄 것이다.

3/ 경영진 및 직원 중에 월급 유예를 할 수 있는 사람들 명단을 만들어 실행하기

SVB와 같은 사태가 스타트업에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구성원에게 급여를 줄 수 없으면 구성원들이 일을 할 수가 없고, 구성원들이 일할 수 없으면 회사의 모멘텀은 꺼지고 말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과는 달리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생존이 직결된 스타트업의 환경에는 더욱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부터 시작해서 필요하다면 구성원들까지 누가 월급을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cash 급여 대신 ESOP(Employee Stock Options Plan)이나 지분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4/ 긴급 펀딩 (브릿지 투자 및 론)

우선 제일 먼저 현재 투자자들에게 요청할 것은 긴급 펀딩이다. 구성원들에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므로, 투자자들에게 SAFE 등을 통해 긴급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논의한다. 이때 고려할 사항은 당연히 밸류에이션 (현재 밸류에이션이 대체로 낮은 것을 감안하면, 매우 painful 한 논의가 될 것이다)이다.

그 외 Brex와 arc, Stripe, Pipe, 한국에는 레비뉴마켓(Verticah) 등이 단기 긴급 loan 및 debt financing을 제공한다.

Emergency Loan 제공 플랫폼:

매출 기반의 debt financing 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