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링크드인 (The New LinkedIn)

20년 가까이 독점하는 링크드인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새로운 링크드인 (The New LinkedIn)

이 글을 더욱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7 Powers의 네트워크 경제 편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LinkedIn Disruption

2003년에 시작한 링크드인은 현재까지도 7억 6천만 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네트워킹 소셜미디어 사이트다.

20년 가까이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그동안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가 있었지만 하나같이 링크드인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페이스북이 컨슈머 인터넷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점하며 심지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네트워크 경제에 있다. 링크드인도 비즈니스 네트워크 시장에서 마찬가지로 승자독식 구조의 네트워크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 7 Powers 를 통해 소셜네트워크 시장에서 네트워크 경제를 이미 가진 기업을 상대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러나 만일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약해지면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링크드인의 네트워크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래 네트워크 경제를 설명하는 Surplus Leader Margin 공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7 Powers - 네트워크 경제에서 나오는 Surplus Leader Magin 부분을 캡쳐한 사진.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링크드인의 네트워크 효과의 위력이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을까? 몇 가지 기회가 있다.

만일 링크드인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해 "또 다른", 혹은 "새로운"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를 만들고자 한다면, 아래 기회들을 고려해보면 좋을 듯 하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 모두가 맞물려 작용했을 때, 비로소 링크드인을 위협할 만한 환경이 갖춰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 중에 한 두 가지만 작용한다고 해서는 링크드인을 위협하기는커녕 얼마 안 가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인해 (이는 네트워크 경제 Power의 Barrier이다. – 네트워크 경제 참고)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네트워크의 집약도(Intensity) 차이

7 Powers에서 설명했듯,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기업이라고 해서 승자독식인 네트워크 경제를(Power) 갖추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어도, 경제를 갖추지 못하면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

네트워크 경제의 한계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네트워크의 집약도는 기술적으로 위 Surplus Leader Margin에서 δ로 나타낸다. 네트워크 집약도에 따른 독점 여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지역적인 한계다. 울란바토르에 있는 한 영업사원과 팔로알토에 사는 웹 개발자가 서로 연결된다고 해서 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의 마케터와 영어를 잘할 줄 모르는 한국의 마케터(드물긴 하지만)가 서로 연결되는 것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의 마케터와 또 다른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의 마케터가 연결되어 발생하는 δ가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링크드인 네트워크의 집약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곳, 약한 분야 등에서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로켓 펀치나 잡플래닛 등 HR 구인·구직 솔루션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이미 있긴 하지만, 소셜미디어로서 링크드인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플랫폼은 아직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 역시 기회라고 볼 수 있겠다. 집약도의 차이가 불러오는 지역적 Arbitrage는 링크드인이 포착하고 해당 지역에 공식적으로 진출해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큰 기회다.

Airbnb가 초반부터 큰 돈을 투자받아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 구축에 위험한 투자를 감행했던 이유도 이러한 특성에 있다. 사람들은 로컬에서만 여행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닌다. Airbnb에서 울란바토르 유저와 한국의 유저가 연결되어 갖는 δ는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도 더 강하다. 따라서 다른 플랫폼과는 달리 '여행'이라는 시장에서는 글로벌 집약도를 강하게 가져가야 했다.

지역적 Arbitrage가 발현할 수 있는 시장에 네트워크 경제를 갖춘 링크드인과 같은 회사가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 경제에서 설명했듯, 이 시장의 다이내믹은 승자독식이다. 지역적 Arbitrage를 활용해 그 시장을 먼저 먹는 놈이 무조건 독점이다.

네트워크 자체의 퀄리티

네트워크의 집약도를 δ라 설명했다. 나는 집약도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의 퀄리티도 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추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네트워크로부터 얻는 이익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면, 그것 역시 δ가 작아지거나 사라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링크드인이 지금 그렇다. 링크드인의 시스템은 오래됐고, 느리다. 리크루터들과 영업사원들이 판을 치고 있으며 받고 싶지 않은 스팸성 메시지들이 너무 많이 들어 온다.

내 링크드인 DM 창. 최근 20명중 13명이 광고성/스팸성 메시지다.

링크드인에 매번 올라오는 업데이트는 아래와 같은 별로 의미없는, 다시 말해 δ가 작은 행동이다.

"I'm excited to announce I was accepted to [X] University, [x] Company's internship" 등 오그라드는 포스트들이 굉장히 많다.

많은 사람이 이런 이유로 예전처럼 매일 같이 링크드인에 접속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링크드인이 콘텐츠와 미디어로서의 δ를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리어가 바뀌고 이직, 창업, 퇴사, 입사, 입학, 졸업 등을 거치며 프로필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예전과 달리 많이 접속하지 않고 있다면 그만큼 링크드인의 네트워크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링크드인의 제품(소프트웨어) 역시 낡았다. 레거시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타 소셜미디어보다 버그가 잦고 사용 경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것 자체만으로는 분명 네트워크 경제를 disrupt 할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하지만, 다른 여러 기회가 함께 뭉쳤을 때 적잖은 영향을 줄 만한 요소라고 본다.

니치 네트워크의 집약도(Intensity) 차이

앞서서 울란바토르의 영업사원과 팔로알토의 개발자가 서로 연결되는 것의 δ는 작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집약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세그먼트를 공략하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발자면, 개발자 네트워크, 영업사원은 영업사원 네트워크, 투자자면 투자자 네트워크 등. 물론, 분야와 직업군마다 집약도 차이가 있고 특수성이 더해져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따라서 분야와 직업군의 특수성에 따른 니치성을 세분화하여 집약도를 끌어올리는 것 역시 기회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발자들은 링크드인 보다는 GitHub 프로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디자이너들도 링크드인보다는 Dribbble이나 Behance에 많이 방문한다. 이것 역시 집약도 갭(gap)차이를 기회로 보고 니치 네트워크 시장에 집중해 거둬들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메타버스)

요새 메타버스가 인기다. 나도 깊게 이해하지는 못하는 부분이라 얉게 생각했을 때, 만일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당연히 그 네트워크에서 가장 먼저 네트워크 경제를 갖춘 기업이 승자독식을 누리게 된다.
페이스북이 Horizon, Oculus 등 이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다.

SEO/콘텐츠와의 연결성

이것 역시 네트워크 자체의 퀄리티(δ)로 볼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이 링크드인 초창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 이는 링크드인 내부에서도 피드에 올라오는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의 수요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링크드인은 자신의 네트워크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폐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네트워크를 개방한 미디엄이 요새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왜 이것이 네트워크 경제에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에 초점을 맞춰서 구글, 네이버 등 검색엔진에 노출이 잘 되는 플랫폼이라면 이것 역시 네트워크 자체의 퀄리티 차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The New LinkedIn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고 링크드인과의 경쟁에 뛰어들어 살아남고 있는 플랫폼이 몇 가지 있다.

Polywork

작년에 시작한 소셜미디어다. Polywork은 페이팔의 Max Levchin, VSCO의 Joel Flory, Twitch의 Kevin Lin 등 실리콘밸리 탑티어 엔젤투자자들이 투자한 시드 기업이다. 링크드인과는 직접 경쟁을 하며 큰 차이는 아직 없으나 전략적으로 크몽이나 Upwork, Fiverr와 같은 프리랜싱, 사이드 프로젝트 시장을 타겟해 trade marketplace로서의 입지를 통해 차별화(=δ의 차이)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링크드인은 커리어-베이스이지, Skill이나 Trade 베이스가 아니다. 따라서, 이 점에 집중해 마켓플레이스로서의 연결성을 가져간다는 판단인 것 같고, 충분히 가능한 포지셔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커리어의 변경보다 긱(gig)의 단위가 훨씬 더 잦고 빠르다. 따라서 Polywork 네트워크의 δ는 링크드인보다 이 점에서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본다.

프리미엄 구독자 분들 중에 Polywork에 가입해 사용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아래 댓글로 알려주시면 인바이트 코드를 드릴 수 있다.

AngelList

엔젤리스트는 이미 성공한 플랫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엔젤투자자, VC, 창업자들은 프로필을 갖고 있다. 엔젤리스트는 "투자자 <> 투자유치를 원하는 창업자" 니치에 올인해 성공적으로 니치 플랫폼을 만들게 된 케이스다. 이 점에서 δ의 집약도 차이가 크다. 엔젤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엔젤리스트와, 링크드인 유저 베이스 7억 명 중에 엔젤투자자를 찾는 일의 차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Hashnode

Hashnode는 개발자 퍼스널 브랜딩에 올인한 플랫폼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LinkedIn + Medium for Developers 정도가 될 것 같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기술 블로깅이 주된 관심사이지만, 링크드인은 아직까지 개발자 니즈에 특화된 퍼블리싱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개발자가 그래서 GitHub 위에서 퍼스널 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퍼블리싱을 하거나 Medium 과 같은 블로그 플랫폼에 퍼블리싱을 한다.

하지만 "개발자들끼리"의 특수한 환경을 대체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Hashnode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