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 주고 보는 것들
유료 콘텐츠는 정보 과잉의 세상에서 정말 내가 필요한 글이나 정보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다. 유료 콘텐츠를 구매해서 보지 않고도 대게의 경우 무료 콘텐츠를 통해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는 이유는 (1) 수많은 무료 콘텐츠들 사이에서 진짜 내가 읽거나 보고자 했던 콘텐츠를 찾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유료 콘텐츠는 시간을 아껴준다. 편리하다. 대게의 경우 공들여 만든 콘텐츠 플랫폼이 존재하고 어떤 플랫폼에는 모바일 앱은 물론이고 조금 더 세부적인 편리성도 갖추고 있다. (2) 콘텐츠 발행자 및 편집자들의 큐레이션 능력과 해당 분야에서의 권위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소한 유료로 접하는 콘텐츠는 어느 정도 validate 되어있는 정보다. (3) 좋은 글, 좋은 정보, 좋은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in other words, I can feel good about myself).
돈을 내고 유료 콘텐츠를 보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1. 시간을 아껴주고 편리하다.
2. 믿고 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3. 좋은 글, 좋은 정보, 좋은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퍼블리는 저자로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된 플랫폼이다. 나는 <명품의 조건>이라는 리포트를 퍼블리와 함께 제작했고 현재 최종 편집 단계에 와있다. 리포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퍼블리에서 읽을 수 있는 글들은 conventional한 글들은 아니다. 다양성 면에서 굉장히 독특한 글들이 많다. 분량이 긴 글들은 아니다. 원래 긴 글도 자체적으로 요약 및 편집해서 발행한다.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가끔 들어가서 읽는 재미가 있다. 퍼블리는 내게 ‘매일 같이 들어가서 읽는’ 플랫폼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조금 더 독특하고 유니크한 글이 읽고 싶을 때 방문하는 플랫폼이다. 평균적으로 리포트들의 읽기 예상 분량은 60~80분 내외인데, 이건 정말 예상 수치다. 나는 개인적으로 2~30분이면 리포트를 하나 다 읽는 편인 것 같다. 내가 재밌게 읽은 글은 <그 오피스, 일할 맛 나요? – Airbnb에서 Amazon까지 오피스 숨은그림찾기>, <하버드 MBA 인사이드 스토리>, <비즈니스 이메일 101 –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등이 있다. 퍼블리는 콘텐츠가 좀 더 쌓이면, 정말 대단한 플랫폼이 될 것 같다. 아직은 저자 중심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데, 독자 베이스가 좀 더 쌓이고 그에 맞춰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하면 독자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여갈 것 같다 (넷플릭스와 같이).
The Wall Street Journal – $37.99/mo. (종이 + 디지털 – 모바일 & 웹)
2018년 2월 22일자 종이 WSJ. 매일 이렇게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여유부릴 때면 끝까지 읽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안다.
WSJ는 벌써 구독하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대부분의 기간에는 디지털로만 구독하다가 최근에 다시 종이 + 디지털을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종이로 읽는 신문의 맛이 남다르다. 이것도 “경험”에 입각한 듯싶은 게 디지털로 보는 WSJ와 종이로 읽는 WSJ는 그 몰입도부터 다르다. 물론 바쁘고 이럴 때는 종이로 읽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해 디지털로 헤드라인하고 요약만 대충 훑는 편인데, 시간이 나는 날이면 종이로 끝까지 구석구석 읽는 경험이 매우 좋다. 종이는 또 “What’s News”라는 헤드라인 란이 따로 있어 한 번에 그날의 중요한 기사를 훑는 데도 훨씬 편하다. 종이가 디지털보다 편한 게 다 있다니. 신문 배달은 거의 자원봉사에 가깝다. 매일 아침 (월~토) 새벽 5시쯤 아파트 정문도 아니고 우리 집 문 앞에 놓이는데, 이 물류비용 생각하면 월 4만 원 수준으로 디지털과 함께 종이를 받아보는 경험은 최고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최고의 경험이다. 출장 갈 때 미리 출장지 호텔 주소로 바꿀 수 있기도 하다. 3일 정도 간의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미리미리 바꾸어 놓으면 걱정 없다. 출장 가서도 종이로 받아볼 수 있다니. WSJ 옴니채널 제품 하나 제대로 만들었다. 같은 소식을 보도해도, 언론사의 성향마다 그 해석이 다른데, WSJ를 꾸준히 구독하면서도 다른 NYT, Financial Times, The Economist 등 다른 언론사도 구독해왔었는데 WSJ가 그 중 “best bang for your buck”이다. 제일 가성비가 좋다. 기사의 정보력이나 global perspective를 제공하는 건 FT가 제일 좋은데, 제일 비싸다. 게다가 종이까지 신청하면 월 6~7만 원 정도가 든다. The Economist는 다 좋은데, 너무 세계적 시각이 크고 정치나 거시경제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내가 주로 보는 경영, 금융시장 등의 기사를 다루면서 좋은 인사이트를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는 언론사는 WSJ가 최고다.
Business of Fashion – $25/mo. (디지털 – 모바일 & 웹)
(C) Business of Fashion
패션 업계에서 전통적으로는 WWD라는 매체가 있다 (Women’s Wear Daily). 구독료 자체는 WWD가 훨씬 저렴하지만, BoF 기사를 읽어본 사람들은 BoF를 구독하게 될 정도로 기사의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다. 패션 업계에 관심이 많다면 꼭 구독하기를 추천한다. 쿠키 기반으로 BoF의 기사를 무료로 볼 수는 있는데 기사 열람 갯수가 한정되어 있고 “Member Exclusive” 기사는 볼 수 없다. 나도 이 “Member Exclusive” 기사를 보기 위해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재밌게 읽고 있다. 지금 당장 패션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미래는 어떻게 될지, 과거는 어땠는지 크게 크게 볼 수가 있다. BoF 모바일 앱 역시 멤버 전용인데, 패션업계 속보 등을 배달해준다. 매일 Daily Digest라는 칼럼은 BoF외 타 언론사들 (ex. Retail Dive, Fast Company, NBC 등)이 보도하는 걸 큐레이트 해주는 칼럼이다. 그날의 핵심 패션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BoF 창업자는 맥킨지 출신인데, 그 인연 덕인지 맥킨지와의 협업도 자주 한다. State of Fashion이라는 리포트는 맥킨지와 BoF가 협업해서 만든 패션산업 트렌드 리포트다.
Spotify – $9.99/mo. (디지털, 무제한 스트리밍 & 320kbps 음질)
(c) Spotify
음원 스트리밍은 역시 스포티파이다. 애플뮤직은 UI가 너무 별로다. 스포티파이의 최강점은 제품인데, 진짜 잘 만들었다. 멀티 디바이스 컨트롤도 가능하고 모바일 기기로 데스크탑 클라이언트를 컨트롤 할 수도 있다. 2012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5년째 쓰고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 음원이 부족하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해외 CCM, EDM 등을 많이 들으니 엄청 아쉽지는 않다.
Datacamp – $150/yr ($12.50/mo.)
(C) Datacamp
일을 하면서 데이터 과학 (Data Science)과 애널리틱스의 필요성을 크게 느껴 연초에 구독을 시작했다.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비싸다 ($400정도 함). 연초라 할인을 하길래 얼른 구독했다. Udemy, Code Academy, Lynda 등 교육콘텐츠 플랫폼은 많다. 그런데 R, Python 등을 공부하는데 가장 최적화 되어있는 곳은 데이터캠프다.
(C) GQ
GQ는 광고보는 맛에 본다. GQ가 쓰는 글들이 재밌다고 느껴본 적은 별로 없지만, 패션브랜드들의 화려한 광고는 보는 재미가 있다. ‘감’이라고 하지않나.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보는 게 훨씬 큰 것 같다. 잡지 1권 당 읽는 속도는 거의 5분 내외다. 그만큼 빨리 넘겨 보고 깊게 보지는 않지만, 잡지 값이 너무 저렴해서 계속 구독한다. 2011년부터 구독했으니 벌써 7년째 보고 있긴 하다. 한달에 2천원 수준이면 커피 한 잔 값도 안된다.
Amazon Prime – $10.99/mo.
사실 좀 많이 아까운데, 어쩔 수 없이 구독하는 서비스다. 1년치를 다 내면 분명 더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월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다. 안 살 것 같은데 은근히 아마존을 통해 많은 걸 구매한다. 그때 그때 배송료를 지불하는 것도, 5일 넘게 기다리는 것도 너무 귀찮아 그냥 이건 ‘세금이다’라고 여기는 서비스다. ㅠㅠ
HBR – 원하는 케이스만 따로 구매 (평균 $9.99/article)
기업 분석을 재밌게 하는 플랫폼중 하나다. HBR은 분석 리포트 별로 판매를 하는데 (구독서비스도 있긴 있다), 주로 관심이 있는 주제가 보이면 사는 편이다. 많이 사지는 않고, 1년에 1-2편 정도 받아서 보곤 한다. 대학 다닐 때 케이스 수업을 재밌게 했어서인지 이런 케이스를 읽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재밌다.
계산을 해보자면, 월 $120 정도를 구독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것도 많이 줄인 거다. 예전에 구독했던 넷플릭스, NYT, FT까지 다 합하면 $200에 가깝다. $120까지는 내는 돈이 아깝지 않다. 그만큼 얻는 게 많다. 그러나 구독하는 만큼 실제로 소비해야 그 가치를 realize 할 수 있다. 구독했으면 열심히 읽는 게 중요하다. 안 읽고, 안 보고 구독하는 것은 정말 돈 아깝다.
고려하고 있는 유료 콘텐츠.
워낙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궁금하다. 갈수록 구독료가 낮아지는 판국에 오히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그들의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주위 구독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너무 좋다. 구독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평가좀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맨날 취소 & 구독 반복하는 것들
LinkedIn – $25.99/월
확실히 유료 링크드인은 좋다. 누가 내 프로필을 조회했는지 알 수 있고 (리크루터 제외), 잡 포스팅에 들어가면 내가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려주고 예상 제시 연봉도 알려준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은 내가 ‘구직’을 원할 때만 유효한 정보들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만족스러운데 누가 내 프로필을 조회했고 잡포스팅에 대한 세부정보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취소 &구독을 반복해왔다. 가끔 링크드인에서 무료로 1개월 체험을 하게 해준다. 나는 이렇게 3개월을 무료로 사용해봤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구독을 해본 건 두 달 남짓이다.
넷플릭스 – $13.99/월
무언가 보고 싶은게 있어 구독을 하곤 하지만, 곧바로 취소한다. 우선 구독료가 좀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고 (월 $13.99), 한 번 시청한 콘텐츠는 오랜 기간 안 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걸 보고 난 뒤엔 넷플릭스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래서 보고 싶은게 있을 때마다 구독을 하곤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는 7번 정도 봤는데 (전체),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13.99를 지불하고 보곤 한다. 넷플릭스에는 생각보다 라이센싱된 콘텐츠가 부족하다. 결정적인 이유다.
돈 안주고 보는 것들
무료 콘텐츠 중에서도 유료 콘텐츠만큼이나 좋은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Medium이 그렇고, 블룸버그가 그렇다. 다만 Medium의 경우 권위는 없으므로 독자 본인이 알아서 큐레이션을 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가끔 좋은 비즈니스 분석 기사를 쓴다. 블룸버그에 들어가서 보는 편은 아니고, 페이스북 피드에 뜬다. Retail Dive도 늘 둘러본다. 유통 전문 매체인데, 기사들은 보통 로이터 통신이나 AP통신과 같은 보도자료를 보고 그대로 쓰는 매체다. 따라서 WSJ나 FT에서 볼 수 있는 깊은 혜안은 없다. 유통 트렌드를 짚기에는 아주 좋은 매체. Startup Weekly도 이메일 구독 신청해놓는다. 미국 시각으로 일요일 오후 쯤에 수신되는데, 전반적인 한국 스타트업의 흐름을 헤드라인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역시 무료라 좋다.
WSJ Deal/Investment Banking Scorecard
한국에선 The Bell이라는 매체가 열심히 하는 영역이다. 최근 M&A, DCM, ECM, IPO등 투자은행 (IB) 및 PE들의 리그테이블을 보여주는 사이트인데, 지금 딜 판도가 어떤지 흐름을 볼 수 있다. 재미로 보자. 이걸로 은행들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것은 무식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