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Stack: 나의 생각을 관리하는 도구들

생각도 일처럼 관리가 필요하다. 메모하고, 일지를 적고, 날 것의 생각을 더 구체화하거나 종류와 필요에 따라 분류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Think Stack: 나의 생각을 관리하는 도구들
Photo by Matt Artz / Unsplash

생각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 굴러간다. 잠을 잘 때도 머리는 쉬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 한다. 꿈이라 기억하는 것들조차 생각의 일부다. 그렇게 24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 정리가 잘 안 되고 혼돈에 휩싸이기 쉽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혼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

생각도 일처럼 관리가 필요하다. 메모하고, 일지를 적고, 날 것의 생각을 더 구체화하거나 종류와 필요에 따라 분류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예전부터 나는 생각을 잘 기록하고, 정리하고, 관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보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다. 그 노력과 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생각을 관리하는 도구를 나는 "think stack"이라 부른다. 한 가지 도구로 모든 것을 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렇게 강력하면서 동시에 직관적이고 쉬운 도구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도구를 조합해 사용한다.

Think Stack

  • Drafts: quick capture/memo
  • Readwise: 외부 툴/채널 (e.g., 트위터, 웹사이트, 종이책, eBook 등)에서 pick up 하는 정보와 지식 capture
  • 종이 노트: 깊은 생각, doodling 을 통한 생각 정리, 오프라인 미팅
  • Roam Research: 미팅 노트, long-form 에세이, evergreen note (e.g., 책 요약/노트, 개념 정리 등)
  • Akiflow:  할 일 & 일정 관리

Drafts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아이폰에 있는 Drafts 앱을 연다. Snapchat을 열면 카메라부터 나오는 것처럼, Drafts를 열면 새로운 텍스트 페이지가 나온다. Drafts에서는 노트를 관리하고 생각을 잘 분류해서 사후에 다시 사용하는 것보다 '일단 적는' 행동이 핵심이다.

아이디어는 시의를 가리지 않고 불쑥 찾아온다. 그때 잡아두지 않으면 한눈판 사이에 도망가버린다. Drafts를 사용하면 불쑥 찾아오는 아이디어들을 빠르게 잡아 둘 수 있다. 앱을 켜자마자 새로운 페이지가 나오고, 마크다운을 통해 포맷 걱정 없이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적을 수 있다.

Drafts 앱 위에 떠 있는 숫자는 나에게 '정제시켜야 하는 생각'이다. 나는 일단 Drafts에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집어넣고, 나중에 정제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해서 정제되는 생각은 이후 할 일로 진화하거나 나중에 꺼내 볼 수 있도록 나의 지식 창고인 Roam Research에 정리한다.

Drafts에는 Archive와 Tagging 기능도 있어서 정제된 생각은 Archive를 해서 Inbox Zero를 만들 수 있고, Tagging 기능을 통해 주제별로 분류해 둘 수도 있다.

내 생각은 거의 Drafts에서부터 출발한다. 여기서 우선 흘러가 버리는 생각을 잡아 저장해두는 것이다.

Readwise

때론 내 생각보다 남의 생각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은 영감의 원천은 남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도, 트위터를 훑다가도, 블로그 포스트를 읽다가도 이러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Drafts를 (혹은 Roam) 켜서 저장해두면 좋겠지만, 솔직히 매번 그렇게 하는 게 귀찮고 번거롭다.

Readwise는 여러가지 정보의 소스(source)들과 연결해서 정보를 자동으로 Notion, Roam, Evernote, Obsidian 등의 레포지터리(repository)로 보내주는 미들웨어 API 역할을 한다.

나의 경우 Twitter, Kindle, Pocket, 그리고 자체 Web highlighter를 연결해서 각 소스에서 내가 저장하고 싶은 것들을 (e.g., 트위터 스레드, Kindle/Pocket 하이라이트 등) Readwise를 통해 자동으로 Roam에 저장한다.

Readwise는 이러한 미들웨어의 역할을 포함해서 습득한 정보를 잊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끔 랜덤으로 지난 정보들을 수면위로 띄워 준다. 하루에 다섯 개씩 (변경 가능) 아래와 같이 내가 Readwise에 저장해둔 것들을 iOS 혹은 뉴스레터 등으로 보내준다.

종이 노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이제 대부분의 글은 컴퓨터로 쓰지만, 아직도 복잡한 생각이 들 때나 빠르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는 종이로 만든 공책에 펜으로 메모를 하곤 한다. 무언가 적을 일이 생각날 때면 컴퓨터나 아이폰을 여는 것보다 더 편할 때가 있기도 하다. 생각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에는 튼튼하고 오랜 시간 사용해도 만듦새가 흐트러지지 않는 공책과 펜만 한 도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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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매력적인 필기수단이다. 효율이 높은 키보드도 좋지만, 나는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쓸 때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문장이 모일 때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는 기분이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있을 때보다, 연필을 움켜쥐고 흰 종이를 보고 있을 때 내 생각은 더 신선해진다.

그래서 여러 디지털 도구들을 애용하지만, 여전히 어딜 가든 나는 공책과 펜을 챙긴다. 언제 어디서든 떠오르는 생각을 손에 움켜쥐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Roam Research

나의 경우, 생각의 최종 목적지는 언제나 Roam이다.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겨놓든, 앞서서 말한 Draft에 빠르게 캡쳐한 메모이든, Readwise API를 통해 자동으로 들어온 정보와 지식이든 모든 생각과 정보의 종착역은 Roa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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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트위터 스레드를 Readwise를 통해 Roam 에 저장해둔 페이지.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나만의 SoT (Source of Truth)를 만들고자 함이 크다. 여러 사람과 일할 때 정보가 분산되어 있으면 분산된 만큼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어디에 메모를 남겼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치르지 않으려면 무조건 최종 SoT를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SoT가 왜 필요할까. 앞서서 니체를 인용했다. '혼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고. 이 문구를 본 것은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다. 내가 Roam에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프리드리히 니체를 잘 기록하고 연결해두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여러 SoT를 갖고 있었더라면, 누가, 어디에서, 왜 (=맥락) 이런 내용의 말을 남겼는지 기억해내느라 고생했을 것이고, 기억한다고 해도 어디에 저장해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여러 툴을 전전하며 찾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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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SoT는 Roam이다. 내가 짓는 글, 생각들,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모두 Roam으로 모아 관리한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저장해둔 것들이 다시금 필요해질 때, 쉽게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다.

Aki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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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flow는 내가 최근에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할 일 &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이다. 우리 팀이 Relate으로 피봇하기 전에 만들던 Hyperinbox의 핵심 가치에 가장 근접한 툴이기도 하고, 실제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일과 일정을 관리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툴이다.

Akiflow의 핵심 역할은 여러 가지 툴들에서 발생하는 이슈, 태스크, 일정 등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모아주고, 그 인터페이스에서 우선순위를 가리고, 일정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Inbox'의 역할이다.

나는 개인적인 할 일의 경우 Todoist를 사용하고, 팀에서는 Asana를 사용한다. Todoist와 Asana에서 발생하는 할 일들을 Akiflow 로 모으고, Google Calendar와 연동되는 Akiflow 캘린더에 할 일들을 나의 하루 일정에 빈 slot을 채워감으로 할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