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

이 모든 이유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른다. 이 이유들이 말이 되려면 (모호하지만) 좋은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 구직을 할때는 스타트업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님을 늘 기억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
Photo by Ant Rozetsky / Unsplash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성장과 영향력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선택의 자유이다. 우선 가장 세속적인 것부터.

미국의 유명 VC에서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있다. 엔젤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이 부족한 사람은 자본 대신 직접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가 (옵션이나 주식을 받고) 시간과 노동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돈이 나 대신 일하는 게 자본 시장이고, 나 대신 일해줄 돈이 없으면 내가 일하는 게 맞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서 5개 스타트업을 골라 4년씩 (통상적으로 4년 베스팅) 총 20년을 일하면 그중 1개만 잘 되어도(20% 확률) 비대칭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안 무급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다니면서 할 수 있는 투자 활동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아무리 봐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downside는 적지만 upside는 무한대로 키울 방법인 것이다. 창업하는 것도 그렇다. 돈과 자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창업의 downside는 100%의 손실이지만 upside는 무한대다.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하는 다른 이유는 성장과 영향력인데, 스타트업은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100명, 1,000명 중에 한 명으로 숨어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행동과 결정 하나하나가 조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잘못 선택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의식할 수 있다. (=Skin in the Game). 언뜻 보면 좋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알고 있는 것은 되려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하고, 최선의 나 - 가장 똑똑하고, 가장 성실한 버전의 나를 만들어 낸다.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위기에 잘 대처해서 죽지 않고 번영하는 능력(=Antifragile)이야말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니까.

마지막 이유는 선택의 자유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 10,000명이 일하는 대기업에서는 선택의 자유가 적다. 컨트롤 타워가 내린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일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대기업이다. 해봐서 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가 없거나 적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름 직원들이 자유와 권한을 갖고 일하게 해주는 대기업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유는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에서도 하기 싫은 것을 (생계수단을 유지하고 싶다면) 안 할 수는 없다. 대기업이라는 생계 수단에 의존해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도 (그리고 그에 따른 당연한 책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역시 그에 따른 당연한 책임) 있다. 나는 부자들이 단지 돈이 많아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돈이 많아서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자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시작할 땐 돈은 없겠지만)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이유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른다. 이 이유들이 말이 되려면 (모호하지만) 좋은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 구직을 할때는 스타트업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님을 늘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