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lstack 2025

좋은 도구 없이는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달리기를 할 때 좋은 신발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꼭 값비싼 신발이 아니더라도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이 있다. 업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Toolstack 2025
겨울, 내 집

어느덧 (창업을 포함해서) 커리어 경력이 8년차가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일과 마주하면서, 그리고 지식노동자의 일을 돕기 위한 도구를 사업으로써 만들어오면서 한 가지를 분명하게 깨달았다.

좋은 도구 없이는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달리기를 할 때 좋은 신발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꼭 값비싼 신발이 아니더라도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이 있다. 업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에게 잘 맞는 도구를 찾고, 그것을 능숙하게 쓰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차이가 난다.

좋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의 증거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있다는 점일테니까.

또한 좋은 도구를 찾는 과정은 효율성과 업무 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좋은 도구를 알아본다는 것은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는 것이니까.

여러가지 도구를 업무에 적용한다. 모든 도구에 대해 다 적기는 어려우니까,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도구를 소개한다.

Granola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은 업무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문제는 회의록 작성이 꽤 시간과 품이 요구한다는 점이다. Granola는 모든 회의를 기록하고 요약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AI가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중간중간 대충 작성한 노트를 바탕으로 더 자세하게 보완해주는 기능도 있어 보다 정확한 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다.

다른 미팅 노트 앱과의 차별점은 Zoom이나 Google Meet와 같은 플랫폼에 봇으로 접속하지 않고도 미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상 회의 중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화면만 차지하는 봇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Granola는 봇 없이도 미팅록을 작성해 준다.

Granola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회의록 데이터에 대해 AI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언제,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미팅을 가졌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Granola를 통해 빠르게 정보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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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크린샷처럼 AI에게 질문하면, 내 모든 회의록 데이터를 분석해서 적절한 답변과 출처까지 링크해 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한국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업무용 캘린더가 아니면 (예: @gmail.com) 연동을 해주지 않아서 업무외 미팅은 쉽게 회의록을 남길 수 없게 되어 있다.

Akiflow

아키플로우(Akiflow)는 여전히 매일 같이 사용한다. 내 업무용 메인 할 일 관리 툴이자 캘린더 역할을 해준다. 아키플로우는 개인의 생산성을 위한 도구로 업무와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캘린더와 할 일 관리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 제품이다.

내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Use Case는 타임박싱(Time boxing) + 할 일이다. 할 일을 프로젝트, 업무 카테고리 별로 아키플로우에 넣어놓고, 하루 일과와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대를 지정해서 블락해두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Clockwise

클락와이즈(Clockwise)는 Google Workspace나 MS Outlook을 사용하는 팀이 사용할 수 있는 일정 관리 앱이다.

내가 새롭게 합류한 Amplemarket 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리즈 A→B 단계에 있는 팀으로 구성원 수가 이제 거의 100명이 가까이 되는 팀이다. 또한 100% 리모트 팀으로 모든 구성원이 미국 전역, 유럽, 아시아에 걸쳐 일하고 있어서 다른 구성원과 미팅을 해야 할 땐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클락와이즈에는 모든 팀원들의 캘린더를 확인해서 가능한 시간을 알아서 조율해 주는 기능이 있다. 내가 해야 하는 건 자연어로 미팅을 스케줄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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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Find a 30m check in time with Pablo next week. Title the meeting “check in””

이렇게만 입력하면, 파블로의 캘린더와 나의 캘린더를 확인해서 가장 이상적인 시간대에 미팅 인바이트를 만들어 주고, 내가 승인하면 인바이트까지 보내주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라, 나의 개인 캘린더를 연동해서 내 개인 일정을 회사 캘린더에다가도 “Busy”로 처리해둘 수 있다.

Clay

최근 새롭게 추가된 스택이다. 클레이(Clay)는 나의 인적 네트워크 (링크드인, 구글캘린더, 이메일 등)를 한 곳으로 쉽게 모아주고, 네트워크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심플한 PCRM이다.

CRM 프로덕트를 몇년 간 만들어온 창업자로서 개인용 Use Case에는 아직 Clay를 따라갈만한 프로덕트는 없는 것 같다.

가장 신기하면서도 유용한 기능은 AI 기반으로 네트워크 검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끔 내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 중에 “x 경험이 있는 사람” 또는 “y에서 일하는 사람” 등에 대해 검색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링크드인으로 이런 open-ended query를 하기에는 링크드인의 검색엔진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Clay의 Nexus는 이런 검색을 어느정도 잘 해준다. 특히 지역기반의 검색 — 그러니까 가령 내가 이스탄불에 출장 갈 일이 있다면, “이스탄불에 있는 내 네트워크 인맥을 찾아줘” 검색하면 내가 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빠르게 정리해주는 식이다.

Lex

Lex는 AI 기반의 문서 작성/편집 툴이다. 직업 특성상 글 쓸 일이 참 많은데 (지식노동자는 누구나 그렇지), 거의 대부분의 Long-form 글은 Lex를 통해 쓰고 있다. 이 글도 Lex를 통해 작성하고 있다.

Google Docs나 다른 문서 편집 도구와 다른 점은 AI-First 또는 AI-Native라는 점인데, 물론 이제 구글독스나 노션 등 기존의 문서 도구들 역시 AI를 탑재하고 있지만 UX측면에서 AI와 함께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인 점이 마음에 들어 초기 출시부터 2년이 넘도록 유료로 잘 쓰고 있는 도구이다.

AI 기반이라 오른쪽에 바로 AI 와 채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잘 갖춰져 있다. 글을 작성하면서 막힐 때마다, AI에게 물어봐가면서 글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기도 하고, 다 쓴 다음 피드백을 받아볼 수도 있다. 문법과 띄어쓰기 교정도 AI에게 바로 물어봐서 수정한다. 2025년 6월 현재로써는 GPT4.5가 제일 나아서 그것을 메인 모델로 사용하지만, 필요한 경우 다른 모델들도 얼마든지 바꿔가면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Lex의 또다른 장점은 글 작성에 있어 불필요한 기능과 레이아웃이 없고, 필요한 것들만 담백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구글독스는 가장 자유도가 높아 어떤 형식의 문서든 작성이 가능한 점이 좋겠지만, 정말 텍스트만 쓸 거라면 Lex가 글쓰는 것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Lex를 통해서 작성하는 글의 종류:

  • 에세이 (블로그, Launch Post 등)
  • Long-form DM
  • 소셜 포스트

Rize

라이즈(Rize) 역시 내가 정말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must have” 툴스택 중 하나이다. 라이즈는 간단하게 말해서 업무 시간 측정 앱인데, 자동으로 나의 모든 컴퓨터 사용 내역을 모니터하면서 내 업무 시간을 측정해 준다. 라이즈를 통해 내가 얼마나 일했고, 얼마나 집중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늘 켜두고, 늘 사용한다.

매일 저녁 업무 일과를 끝내기 전 항상 확인하는 것은 Rize의 시간이다. 오늘은 몇 시간을 업무에 투자했고, 그 중 몇시간을 집중해서 일했는가. 10과 4다. 하루 10시간, 업무에 투자하고, 그중 4시간을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

하루에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는 그 사람이 갖는 근력으로 제한되듯, 하루에 사람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사람이 가진 집중력에 한한다. Naval Ravikant 는 하루에 2시간 이상 100%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얘기할 만큼, 집중력은 굉장히 희소한 자원이다. 

"하루에 당신이 쓸 수 있는 창의력과 생산성은 기껏해야 2시간 남짓이다. 지혜롭게 쓸 줄 알아야 한다."

"You don’t have eight creative, problem-solving hours in the day - you have two. So spend your time wisely." 

- Naval Ravikant

그래서 몰입 시간을 포함한 10시간 이상 업무에 사용하는 것과 4시간의 몰입(flow) 시간을 내 매일 달성 목표량으로 삼고 있다.

그외 도구들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도구를 찾아가는 여행자다. 도구와 나 사이 균형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생산성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