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시장을 독점하는가?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이 서로 공존하면서도 독점 지위를 지킬 수 있는 방법.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

소셜 미디어는 어떻게 시장을 독점하는가

BranchOut vs. LinkedIn

BranchOut의 2012년 1월 1일부터 2012년 7월 29일까지의 월간활성화사용자(MAU) 수 그래프

Facebook, YouTube, LinkedIn, Twitter 등을 상대로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나올 수는 있는 걸까? 일말의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 가장 인기 있었던 소셜미디어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제치고 페이스북(Facebook)이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Myspace에는 없었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빠르게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셜 미디어와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후발주자가 동일 네트워크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을 따라잡지 못한다.

브랜치아웃(BranchOut)은 2010년에 Rick Marini가 창업한 B2C 프로페셔널 네트워킹 소셜 미디어 앱이다 (“Facebook for Professional Networking”). Rick Marin는 페이스북 플랫폼 위에서 페이스북의 사용자 베이스를 기반으로 직장인들이 다른 직장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러그인을 만든다면, 당시 이미 7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던 링크드인(LinkedIn)을 상대로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의 당시 유저 수는 링크드인의 10배가 넘었고 (7억), 페이스북의 API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유저들의 네트워크를 가져와 단번에 링크드인의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겠다는 분석이었을 것이다.

Rick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브랜치아웃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만 명이었던 유저 수는 2011년 1분기에만 50만 명으로 늘어났다. 2012년 봄에는 무려 1천 4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BranchOut의 성장은 그해 4월부터 조금씩 늦춰지더니, 결국 4월 말 MAU 최고치를 경신한 뒤로 추락을 거듭해 6월에는 1년 전으로 돌아갔다.

2014년 9월에 BranchOut은 Hearst라는 회사에 인수되었다.

BranchOut은 왜 실패했나

7천 만 명이 사용하던 링크드인 (현재는 7억 6천만 명), 7억 명이 사용하던 페이스북 (현재는 27억 명), 그리고 링크드인을 상대로 페이스북의 7억 사용자들을 활용하려 했던 BranchOut 모두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으로 구축한 플랫폼들이다.

BranchOut이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링크드인의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 경제를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BranchOut은 이미 임계점을 지나 네트워크 경제를 구축한 링크드인과 경쟁했다. 한 시장에서 네트워크 경제를 가장 먼저 구축한 사업자와는 경쟁이 불가능 하다.

반면,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은 서로 공존이 가능했다. 하나는 친구와 가족들과 만나는 사적인 공간 (Facebook)이고, 다른 하나는 일과 비즈니스로 만나는 공간(LinkedIn)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ranchOut은 이 중간에서 둘의 간극을 좁히려 했던 플랫폼이었다.  경계를 허물기를 시도했으나 사용자들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 사이에 극명한 경계가존재하기를 원했다.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의 힘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으로 강력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입증했다. 또한 네트워크 경제가 소셜미디어나 마켓플레이스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IBM 메인프레임, Microsoft의 OS, Steinway 피아노, 그리고 뱅가드(Vanguard)와 찰스슈왑(Charles Schwab) 등의 ETF 상품들이 역시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으로 한 독점 비즈니스들이다.

네트워크 경제: 두 번째 파워

네트워크 경제란?

네트워크 경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Network Effects) 활용한다. 더 많은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면 할수록, 내가 느끼는 제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다.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 인스톨 베이스가 증가할수록 고객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고객의 수가 증가할수록 제공하는 기업의 가치 역시 증가하는 경제 현상.

A business in which the value realized by a customer increases as the installed base increases.

네트워크 경제의 Benefit & Barrier

네트워크 경제(Power)의 BenefitBarrier는 다음과 같다.

(7 Powers 전략 프레임워크에서 활용되는 Power, Benefit/Barrier 등의 정의는 ‘전략의 본질’ 챕터에서 읽을 수 있다.)

  • Benefit: 경쟁자보다 더 높은 가격대를 설정할 수 있는 힘
  • Barrier: 네트워크 경제를 갖추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천문학적인 비용

Benefit: 가격 결정권

네트워크 경제를 이룩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유저가 모여 있음으로) 더 높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의 HR 솔루션 제품의 가치는 온전히 링크드인의 유저 베이스의 규모에 기반하므로 링크드인은 더 작은 규모의 유저 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의 솔루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Barrier: 천문학적인 비용

네트워크 경제를 가지지 못한 회사가 뒤따라 갖추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다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유저를 우리 서비스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사실상 돈을 주고 데려오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BranchOut이 사람들에게 LinkedIn 대신 BranchOut을 쓰게 하려면 상당한 돈을 주고 데려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미 LinkedIn을 통해서 욕구(needs/desire)를 충족하고 있는데, BranchOut으로 넘어가게 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 경제의 속성들

Winner take all (승자 독식)

네트워크 경제를 두고 경쟁하는 시장은 특별한 속성을 지니는데, 바로 한 기업이 의미 있는 점유율을 그 시장에서 갖게 되는 순간 나머지 기업들은 경쟁력을 곧바로 상실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승자만이 독식하는 시장 구조를 띄게 되는데, 그 이유는 나머지 기업들의 P&L에서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알파벳/구글(Google)이 아무리 돈과 인력이 넘쳐난다고 하더라도 페이스북(Facebook)과 경쟁할 수 있는 순간을 놓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Google+).

Boundedness (네트워크 경제 간의 명확한 경계)

서로 다른 네트워크 경제끼리는 겹치지 않고,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이 서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속성을 잘 말해준다. 페이스북은 강력한 네트워크 경제를 갖추고 있으나 프로페셔널 네트워킹이 아닌 개인적인 네트워킹 중심이므로 링크드인이 구축한 네트워크 경제와는 겹치지 않는다.

한국 프로페셔널들의 페이스북 사용 행태를 보면 이 속성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과는 다르게 페이스북을 트위터나 링크드인처럼 사용하는데, 그로 인해 한국에서 링크드인의 경우 소셜미디어가 아닌 이력서 공유 플랫폼으로밖에 성장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네트워크 경제 간의 명확한 경계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간의 경계 역시 만들어 낸다.

Decisive early product (초기에 누가 먼저 제품을 제대로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스케일에 성공하는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그리고 스케일의 속도는 Product Market Fit을 누가 먼저 찾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에서는 PMF를 제일 먼저 찾는 기업이 결국 승자 독식을 하게 된다. 후발 주자이지만, 마이스페이스보다 더 빠르게 PMF를 찾은 페이스북이 결국 승리한 사실이 좋은 사례다.

네트워크 경제의 원리와 경쟁력

Surplus Leader Margin (SLM)

Surplus Leader Margin: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가격이(pricing)이 경쟁사의 수익을 0으로 만들 때, 파워를 가진 기업이 갖는 수익 마진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경쟁사는 돈을 벌지 못할 때, 파워를 갖는 리더는 얼마만큼의 잉여 마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것인가를 계산한다.

Surplus Leader Margin:

$$1 - 1/[1+\delta(N_s - N_w)]$$

  • δ (델타) = 한 명의 추가 사용자가 늘어날 때마다, 기존 사용자가 추가로 얻는 이익을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명당 비용 (cost per unit of production. 인터넷 업계에서는 “CAC, Cost to Acquire a Customer”으로 부르기도 한다.)으로 나눈 숫자.
  • N = 네트워크
  • sN =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하는 특정 시장의 리더가 갖춘 인스톨 (=유저) 베이스
  • wN =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하는 특정 시장의 경쟁자가(follower) 갖춘 인스톨 (=유저) 베이스
  • [sN – wN] = 리더가 경쟁사들보다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어드밴티지 (인스톨 베이스)

δ는 네트워크 경제의 집약도(intensity)를 측정한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비용 대비 얼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를 계산한다. 물론 이론적 증명이니 현실과는 사뭇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BranchOut, Facebook, 그리고 LinkedIn의 경우 δ만으로 네트워크 경제의 집약도를 이렇게 선형적으로 측정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면이 있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대학생에게 울란바토르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유저의 존재는 다른 미국 대학생 사용자와는 달리 그다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BranchOut의 창업자 Rick Marini는 프로페셔널 네트워크 효과에서 바로 페이스북의 δ가 양수(positive)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페이스북의 어마어마한 사용자 수(install base) 안에서 “프로페셔널”한 공간을 창조하려고 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으나 어디까지나 당시 LinkedIn이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 경제에서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을 뿐이었다.

[sN – wN] 은 리더가 경쟁사들보다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이점, 즉 인스톨 베이스 (사용자 수)이다. 네트워크 경제가 얼마나 강력하든 간에, [sN – wN]이 0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리더가 갖는 잉여마진 (Surplus Leader Margin) 역시 0에 가까워진다.

네트워크 경제를 갖추면서 동시에 파워(Power)를 갖추지 못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의 δ는 네트워크 경제를 갖추는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상쇄할 만큼 상당해야 한다. 다른 네트워크 사업자와 경쟁할 때 서로의 인스톨 베이스가 유일한 가치의 원천이라면, 비용이 네트워크의 델타보다 커지므로 사업자는 절대로 수익화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한 사업자가 네트워크 경제를 갖춘 모습을 보이면, 경쟁사보다 최대한 더 빠르게 스케일해야 한다. 만일 다른 경쟁사가 특정 임계점을 지나게 되면, 게임은 끝나고 만다.

이는 Airbnb가 초반부터 글로벌 스케일에 온 힘을 쏟았던 이유다. 로컬 네트워크 시장 (예: LA, 파리, 서울, 런던)마다 승자와 패자가 다를 수 있는 라이드쉐어링 및 음식 배달 시장(Uber, 우아한형제들, Doordash 등)과는 다르게 여행 숙박 공유시장 플레이어인 Airbnb는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를 갖춰야만 했다. 사람들은 로컬에서만 여행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기 때문이다. Airbnb는 그래서 시리즈B 때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의 펀딩을 조달하고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시장 개발에 투자를 아낌없이 단행했다.

수요자 측 네트워크 효과

시장마다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방식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예: 수요자 측 네트워크 효과).

스마트폰OS (iOS/Android)가 좋은 예시다. 신규 OS 사업자는 기존 OS 사업자보다 매력도가 너무 떨어진다.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iOS, Android에 비해서 너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유한한 자원을 신규 OS 사업자를 위해 사용할 리가 없다.


이 글은 7 Powers: 전략의 본질 프로젝트의 일부이며, 저자 Hamilton Helmer의 프레임워크 7 Powers와 그의 책 7 Powers: The Foundations of Business Strategy를 요약하고, 추가 해설을 조금 덧붙혔습니다. 전체 프로젝트 페이지로 가면 다른 챕터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목차/Table of Contents

  1. 7 Powers: 전략의 본질
  2. 전략의 본질(Foundations of Strategy)
  3. 7 Powers: 전략 정역학(Strategy Statics)
    3.1. Scale Economies (규모의 경제)
    3.2. Network Economies (네트워크 경제) (본 글)
    3.3. Counter-Positioning (카운터 포지셔닝)
    3.4. Switching Costs (전환 비용)
    3.5. Branding (브랜드)
    3.6. Cornered Resource (고유 자원)
    3.7. Process Power (프로세스 파워)
  4. 전략 동역학(Strategy Dynamics)
    4.1.1 Path to Power(파워로 가는 길) I
    4.1.2 Path to Power(파워로 가는 길): Invention II
    4.1.3 Path to Power(파워로 가는 길): Compelling Value III
    4.2. Power Progression
  5. 7 Powers 프레임워크 맵
    5.1. 7 Powers 프레임워크 맵